박연준 시인은 3월에서 4월로 넘어가는 시기를 ‘봄의 부레’라 했다. 봄을 봄으로 헤엄치게 하는 부레. 나무마다 어린잎과 꽃눈이 그의 표현대로 ‘팟팟’ 피어나며 봄을 알린다. 누구나 맞는 봄이지만 시인의 봄은 이토록 세밀하고 정성스럽다.
박 시인의 네 번째 산문집이다. 지금껏 그가 써온 작품 가운데 가장 평범하고 친근한 일상을 소재로 삼았다. ‘겨울 고양이’ ‘하루치 봄’ ‘여름비’ ‘오래된 가을’ 등 계절에 따라 총 4부로 나누고, 그 계절에서 저자가 보고 느낀 풍경과 경험, 떠오르는 감정을 담은 50편의 짤막짤막한 글이 소개된다.
글을 읽다 보면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는 날 발레를 배우며 다른 생각에 빠진 저자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터지고, 6년 만에 걸린 감기 덕에 까마득히 잊어버렸던 소소한 행복을 찾아내는 저자의 따뜻한 일상에 위로를 받는다.
그가 속삭인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날은 작고 가볍고 공평하다. 해와 달이 하나씩 있고, 내가 나로 오롯이 서 있는 하루. 평범한 날을 기리며 썼다. 평범함은 특별하다. 매일 뜨는 달이 밤의 특별함이듯.” 어느 때보다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지금, 그의 이야기가 더욱 와 닿는다.
모월모일
박연준 지음
문학동네 발행ㆍ208쪽ㆍ1만3,000원
표지의 분홍빛 네모 사진도 눈길을 끈다. 구본창 작가가 매일 세수하고 손 씻으며 쓰다 남은 비누를 수집, 촬영한 ‘비누’ 연작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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