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들 다중이용시설 자발적 휴업 현금 지원 나섰지만…
실효성 ‘글쎄’… “문 연 가게에 단골 뺏기면?” 감염병 비상 휴업 동참한 가게 입체적 지원 필요
“일괄적 기준 마련하지 못한 정부가 문제”
서울 구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휴업에 나선 노래방과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을 위해 ‘현금 지원’에 속속 나서고 있다. 앞서 별다른 경제적 지원 대책 없이 집단발병 위험이 높다며 휴업 권고만 내렸던 ‘채찍 행정’에서 방향을 틀어 ‘당근’으로 휴업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업계에선 실효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치구들이 내놓은 지원 방안이 단발성이라 ‘언 발에 오줌누기’가 될 가능성이 있어 정부 차원의 장기적 지원대책이 나와야 휴업 당근행정이 외면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일 본보 취재 결과, 서울 관악ㆍ광진ㆍ구로ㆍ마포ㆍ성북ㆍ송파ㆍ양천ㆍ종로구 등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문을 닫은 노래방과 PC방을 비롯해 체육시설 등에 최대 100만원을 주는 휴업 지원금을 지급한다. 방학3동 소재 학원의 강사 확진으로 학원 집단 감염 우려의 홍역을 치른 도봉구는 휴업하는 학원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1일부터 14일까지 2주 혹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최소 5일 등 휴일 일수에 대한 기준은 구마다 제각각이지만 보상금 액수는 대동소이하다. ‘휴업에 나선 다중이용시설의 경영난을 해소’하고 ‘자발적인 휴업 참여를 기대’ 하기 위해 경제적 지원에 나섰다는 게 자치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업주들은 휴업 지원금을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정(38)모씨는 요즘 손님이 줄어 문을 열면 적자를 보는 상황. 그래도 문을 닫고 휴업 보상금을 받을 생각이 없다.
이유는 ‘고객 관리’였다. 정씨는 “당장 한 두 달의 매출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장사는 결국 단골장사인데 문을 닫아 단골이 끊기면 성수기에 타격이 크고 그 영향을 코로나19 이후에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일된 기준이 없다 보니 정부 방책만 믿고 문을 닫으면 크게 얻는 것 없이 실질적인 피해만 걱정하게 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국가 비상사태란 사회적 동의가 형성된 만큼 모든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을 특정 기간 동안 일괄적으로 중지해 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선제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휴업으로 감염병 확산 방지란 위기 극복에 동참해 손해를 본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지원을 입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송(43)모씨는 “가게 문을 닫는 업주는 사회적 책임을 한 게 아닌가”라며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영업을 계속한 업주와 다른 세제 혜택 등 차별화되고 장기적인 지원 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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