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군이 반달가슴곰 가죽으로 깃발을 만들어 썼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1일 “신라 왕성인 경주 월성(月城) 해자(垓子ㆍ성 주위에 둘러 판 못)에서 출토된 곰의 뼈를 면밀히 연구해 당시 곰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구체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신라인과 곰 가죽 얘기는 ‘삼국사기’에 등장한다. “곰의 뺨 가죽으로 만드는 제감화(弟監花)의 길이는 8치 5푼”이라는 대목이다. ‘화(花)’란 군대 깃발을 가리킨다. 군사감화(軍師監花), 대장척당주화(大匠尺幢主花)는 각각 곰의 가슴 가죽, 팔 가죽으로 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월성 해자에서 발굴한 곰 뼈 13점을 분석한 결과, 이 기록들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문화재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들 곰 뼈 대부분은 앞다리나 발목 관절 부위였고, 다리 부분에선 개가 이빨로 문 듯한 흔적도 확인했다.
곰 가죽을 군대 깃발로 썼다면 가죽 제작과 활용에 왕궁이 관여했을 것이며, 월성 주변에서 공방 터로 추정되는 곳에서 이 작업을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김헌석 특별연구원은 “월성 곰은 반달가슴곰일 가능성이 크다”며 “한반도 곰의 계보를 추정할 수 있는 발판이 놓였다”고 말했다.
문화재연구소는 곰 뼈를 비롯, 월성 해자 속에서 얻은 동식물 잔해 등 유기 물질 분석 결과도 함께 내놨다. 가령 신라 시대 씨앗과 열매 70여종이 나왔는데 이 중에는 오동나무와 피마자 씨앗도 있었다. 5세기로 추정되는 시기의 씨앗은 첫 발굴이라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이런 자료들은 월성 인근 숲을 복원하는데 쓰인다. 연구소는 “조사 결과를 보면, 월성 해자에는 가시연꽃이 가득 했을 것이며, 월성에 사는 이들은 느티나무 숲에서 휴식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7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릴 세계고고학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 대회가 연기되면서 9월 국내 학술대회에서 먼저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경주의 동궁과 월지가 고려 때부터 사실상 방치됐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연구소가 발간한 ‘경주 동궁과 월지Ⅲ 발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물 속 토양 분석 결과, 고려 초기까지는 소나무류가 많았으나 이후엔 덩굴식물이 늘었다. 고려 때 사실상 버려진 우물이었고, 그 때문에 우물을 덩굴류 식물이 뒤덮었다는 얘기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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