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최대 100여명 육박
‘사회적 거리두기’ 불가능한 군함 특징 설명하며 하선 요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미국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호(CVN-71ㆍ이하 루스벨트호)의 지휘관이 “위험에 처한 승조원들이 배에서 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함장이 작전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정도로 함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항공모함에는 5,000여명의 승조원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따르면, 루스벨트호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은 전날 미 해군에 보낸 탄원서를 통해 승조원들을 배에서 내리게 해 격리시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크로지어 함장은 “전쟁도 아닌 상황에서 승조원들이 죽음을 맞을 이유가 없다”며 “지금 뭔가 하지 않으면 우리가 가장 신뢰하는 자산인 승조원들을 지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여기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루스벨트호에 탑승한 미 해군 수병 3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함 내 확진자가 얼마만큼 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확진자가 약 100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확산 속도는 군함이라는 공간의 특징 탓이 커 보인다. 크로지어 함장은 “공간이 부족한 군함 고유의 특징상 우리는 사회적 격리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현재도 진행 중이고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승조원들을 격리시킬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빨리 확보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미 군 당국은 보안상의 이유로 루스벨트호의 감염 경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ㆍ베트남 수교 후 25주년 기념 행사 참가 차 지난달 초 베트남 다낭에 기항한 바 있다. 미 해군은 승조원들의 안전을 위해 격리 시설을 찾고 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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