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4ㆍ15 총선 후보인 이수진 전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추진을 도왔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그러나 이 전 부장판사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일부 만남을 주선했을 뿐,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의사는 분명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영입한 인사 중 하나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
28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속행 공판에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증인으로 나와 이 전 부장판사에 관한 증언을 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2015년 4월 2일 서울의 한 일식집에서 이 전 부장판사와 함께 서기호 전 정의당 의원을 만나 2시간가량 식사를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으로부터 서기호ㆍ서영교 의원을 접촉하라는 지시를 받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던 이수진 전 부장판사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수진 연구관에게 ‘서기호를 잘 알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해서, 상고법원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데 다리를 좀 놓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그 자리에서 상고법원 안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느냐”고 묻자 이 전 상임위원은 “맞다”고 답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식사 뒤 ‘서기호 의원 대담’이란 문건을 작성해 이 전 부장판사에게도 메일로 보냈다고 진술했다.
이런 증언이 공개되자 이수진 전 부장판사 측은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다”는 입장문을 내 반박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선배가 만남을 조율해 달라는 것까지는 거절할 수 없어서 서 전 의원에게 면담 신청 목적을 알렸다”며 “예의상 함께 자리를 가졌고,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이야기는 서 전 의원과 이 전 상임위원 사이에서만 오갔다”고 해명했다. 또 “이 전 상임위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서 전 의원에게 ‘상고법원에 반대하지만 선후배 관계상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양해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상임위원이 보낸 이메일에 대해서도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입장이 명확했기 때문에 내용을 살필 이유가 없었고, 어떤 종류의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이 전 상임위원의 진술을 근거로 “이 전 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체제에 같이 동참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임윤선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은 “이 후보는 자신이 사법농단에 저항하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전출됐다고 주장하지만, 법원 내의 문건 속에 이 후보의 이름은 없다”며 “가짜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진짜 원흉은 이 후보자를 피해자로 소개하며 전략공천을 한 민주당에게 있다”며 “남탓부터 하며 가짜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인사를 영입해 국민 앞에 내세운 것은 앞으로 임기도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하고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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