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자금난에 시달리던 두산중공업에 1조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한다.
산은, 수은 등 두산중공업 채권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두산중공업의 경영 안정을 위해 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 형태로 긴급 운영자금 1조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전체 채권액은 4조9,000억 가량으로, 국내 은행들이 3조원을 갖고 있다. 수출입은행(1조4,400억원)과 산업은행(7,800억원)이 가장 많고, 이어 우리은행(2,270억원)과 농협은행(1,200억원) 순이다. 외국계 은행과 회사채, 전자단기사채 등 기타 차입이 1조8,950억원을 차지한다.
이 중 산은과 수은이 1조원을 5대 5로 절반씩 부담하며, 추후 대주주인 ㈜두산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지원에 동참하면 두 국책은행의 부담액은 그만큼 줄어든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초유의 자금경색 상황에서 두산중공업이 기간산업에 미치는 영향, 실업에 따른 사회적 악영향, 지역경제 타격 등을 고려했다”고 지원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최 부행장은 다만 “두산중공업에 대해 계열사의 보유 주식, ㈜두산 등의 철저한 고통 분담과 책임이행, 자구노력을 전제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원과 관련해 ㈜두산은 보유 중인 두산중공업. 두산솔루스, 두산퓨어셀 주식과 부동산(두산타워) 등을 담보로 제공한다.
또 계열사들이 가진 두산 지분도 담보로 잡힌다. 최 부행장은 “두산 오너일가의 3,4세 32명이 보유한 주식도 담보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필요 시 그룹의 책임 있는 자구노력 등을 전제로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두산중공업은 신속하게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자구노력과 함께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해 실행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으로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채 등 회사채 발행이 막히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각국의 발전수요 감소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신용등급마저 하향될 위기에 놓였다. 전날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중공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용등급(BBB)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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