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구매 행렬이 줄어들자 이번엔 소상공인 긴급 경영안정자금 대출 신청 행렬이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기존 소상공인 대출은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을 받느라 2개월가량 기다려야 해,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들은 대출을 기다리지 못하고 폐업 상황에 몰렸다. 결국 정부는 대출 제한 기준, 현장 평가, 한도 사정 절차를 최소화하고, 전국 62개 소상공인진흥공단(소진공) 지역센터에 접수하면 3~5일 만에 1,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했다. 대출 접수가 시작된 25일 새벽부터 수많은 소상공인이 소진공 지역센터에 몰려 접수가 조기 마감되자 이날 밤부터는 밤샘 대기자들까지 등장했다. 그나마 기온이 올라 다행이지, 마스크를 사려고 추위에 밤늦게까지 줄을 섰다가 폐렴에 걸려 결국 사망한 경북 경산시 17세 소년의 비극이 되풀이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은 25일 “처음 실시되는 것이라 시행착오가 있으리라 생각된다”며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정말 자금이 급한 분들을 위한 대책이니 조금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어려운 분들을 위해 기다려 주시는 미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관은 정말 ‘조금 여유가 있는’ 소상공인이 1,000만원을 빌리려 새벽부터 긴 행렬을 이룬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시행착오가 예상됐다면 발표부터 한 뒤 일선 창구에 혼란을 떠넘길 게 아니라 예상되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하지만 수요 예측은 물론 직접 대출 접수 전산 프로그램 등 준비 미비로 첫날 접수는 1,000여건에 불과했다고 한다. 일부 지역센터에서는 대기가 길어지자 “27일부터는 온라인 접수하겠다”고 방법을 바꿨다. 아무리 서둘렀다 해도 이런 대책들은 시행 전에 마련해야 하고,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3월 초 “내일부터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가 수많은 사람을 헛걸음하게 한 정부의 안이함은 조금도 고쳐지지 않았다. 그런 실책들 뒤에는 현장 확인도 없이, 지시만 내리는 우리 공직사회의 고질병인 ‘탁상행정’이 있다. 문재인 정부 3년간 늘어난 공무원 수가 지난 20년보다 더 많다는데, 2만명 넘게 늘어난 공무원들은 다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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