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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돈줄 김회장, 잇단 투자 실패…“무자본 기업사냥꾼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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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돈줄 김회장, 잇단 투자 실패…“무자본 기업사냥꾼인 듯”

입력
2020.03.27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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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신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뉴스1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신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뉴스1

1조원대 펀드 손실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모(46) 회장은 여전히 미스터리에 싸여있다. 김 회장이 연루된 사건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천문학적 자산의 보유자라거나 금융당국까지 좌지우지할 정도의 로비력을 갖췄다는 등의 설만 난무한다. 하지만 김 회장의 투자계획 대부분이 실패하거나 좌절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세력의 일원이라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김 회장이 추진하다 실패한 투자로 우선 수원여객 인수를 들 수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수원여객 최고재무관리자(CFO)였던 김모(42)씨 등과 함께 수원여객 회삿돈 16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기남부경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수사를 받던 도중 잠적했다. 수원여객 측은 김 회장과 김씨가 공모해 회삿돈을 빼돌렸으며, 이들의 범죄에 라임도 연루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수원여객 지분을 53.5%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S사는 수원여객 인수 과정에서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276억원을 조달했다. 이후 라임 측은 S사에 만기 도래 전 317억원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라고 요구했고, S사는 이를 김 회장 일당과 라임 측이 공모해 수원여객을 ‘탈취’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S사는 “317억원을 제때 상환해 탈취 시도를 저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종필(왼쪽)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과 원종준 대표가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필(왼쪽) 라임자산운용 전 부사장과 원종준 대표가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회장은 올해 초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한 뒤 시중은행에 예치된 거액의 선수금 인출을 시도했지만 이마저 실패했다. 김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컨소시엄에서 상조회를 인수한 뒤 3,000억원이 넘는 선수금 중 900여억원을 인출하려 했으나, 은행 측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어 불발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인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선수금 인출을 시도한 것을 보면, 상조회 자금을 빼돌리는 방법조차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로봇을 제조해 온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를 이용한 투자 계획도 사실상 불발로 끝났다. 스타모빌리티 회장 명함을 가진 실질적 소유주였던 김 회장은 회사 자금 517억원을 유출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된 상태다. 스타모빌리티 측은 김 회장이 제주스타렌탈 인수 계약금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계약금 200억원을 빼돌리고, 추가로 31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횡령액 가운데 일부는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하는데 썼을 것으로 추정한다.

[저작권 한국일보]김 회장/2020-03-26(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김 회장/2020-03-26(한국일보)

이런 투자 패턴에 비춰봤을 때 김 회장이 정치권에 강력한 ‘뒷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김모 금융감독원 팀장과 동향친구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과 금전거래를 수 차례 한 적이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청와대 행정관을 소개해준다고 제안한 적은 있지만 그 외 거물급 정치인을 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라임 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임모 전 본부장에 대해 코스닥 상장사 리드로부터 1억6,500만원을 수수하고 펀드가입자들에게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인 것처럼 기망해 480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종필 전 부사장과 라임의 부동산 투자 시행사로 알려진 메트로폴리탄의 김모(47) 회장, 수원여객 CFO 김씨 등 3명에 대해서도 경찰청을 통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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