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펀드 손실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던 김모(46) 회장은 여전히 미스터리에 싸여있다. 김 회장이 연루된 사건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천문학적 자산의 보유자라거나 금융당국까지 좌지우지할 정도의 로비력을 갖췄다는 등의 설만 난무한다. 하지만 김 회장의 투자계획 대부분이 실패하거나 좌절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세력의 일원이라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김 회장이 추진하다 실패한 투자로 우선 수원여객 인수를 들 수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월 수원여객 최고재무관리자(CFO)였던 김모(42)씨 등과 함께 수원여객 회삿돈 16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기남부경청 지능범죄수사대의 수사를 받던 도중 잠적했다. 수원여객 측은 김 회장과 김씨가 공모해 회삿돈을 빼돌렸으며, 이들의 범죄에 라임도 연루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 수원여객 지분을 53.5%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 S사는 수원여객 인수 과정에서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276억원을 조달했다. 이후 라임 측은 S사에 만기 도래 전 317억원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라고 요구했고, S사는 이를 김 회장 일당과 라임 측이 공모해 수원여객을 ‘탈취’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S사는 “317억원을 제때 상환해 탈취 시도를 저지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올해 초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한 뒤 시중은행에 예치된 거액의 선수금 인출을 시도했지만 이마저 실패했다. 김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컨소시엄에서 상조회를 인수한 뒤 3,000억원이 넘는 선수금 중 900여억원을 인출하려 했으나, 은행 측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어 불발됐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인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선수금 인출을 시도한 것을 보면, 상조회 자금을 빼돌리는 방법조차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산업용 로봇을 제조해 온 코스닥 상장사 스타모빌리티를 이용한 투자 계획도 사실상 불발로 끝났다. 스타모빌리티 회장 명함을 가진 실질적 소유주였던 김 회장은 회사 자금 517억원을 유출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된 상태다. 스타모빌리티 측은 김 회장이 제주스타렌탈 인수 계약금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계약금 200억원을 빼돌리고, 추가로 31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횡령액 가운데 일부는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하는데 썼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투자 패턴에 비춰봤을 때 김 회장이 정치권에 강력한 ‘뒷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김모 금융감독원 팀장과 동향친구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과 금전거래를 수 차례 한 적이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청와대 행정관을 소개해준다고 제안한 적은 있지만 그 외 거물급 정치인을 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라임 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임모 전 본부장에 대해 코스닥 상장사 리드로부터 1억6,500만원을 수수하고 펀드가입자들에게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인 것처럼 기망해 480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종필 전 부사장과 라임의 부동산 투자 시행사로 알려진 메트로폴리탄의 김모(47) 회장, 수원여객 CFO 김씨 등 3명에 대해서도 경찰청을 통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