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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 같은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우리는 ‘반대말’이라는 단어를 보면 차이의 크기를 떠올린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도 남녀의 차이를 거리로 시각화한 것이다. 서로 반대말 관계인 남자와 여자는 지구의 양쪽 반대편에 있는 화성과 금성의 거리만큼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반대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자. 차이로 따지자면 남자는 여자보다 코끼리와 더 다르며, 플라스틱과는 더더욱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차이만으로는 반대말을 정할 수 없다. 어떤 대상을 반대말로 정하더라도 그것보다 더 큰 차이가 있는 대상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언어학에서는 반대말보다는 반의어라는 표현을 더 즐겨 쓰는데, 반의어를 이렇게 정의한다. 두 단어의 뜻에 담긴 자질이 하나만 제외하고 모두 같은 것. 즉 남녀는 모두 생물이며, 동물이며, 포유류이며, 영장류이며, 인간이지만 성염색체만 다르다. 이처럼 반대말은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다른 어떤 것보다도 공통점이 많아야 성립한다. 모든 것이 일치하면 동의어가 되며, 딱 하나만 다르면 반의어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동의어와 반의어는 서로 빼닮은 이웃이다.

반의어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밤과 낮은 반의어이지만 하루를 완전히 이루지는 못한다. 하루 안에는 밤과 낮 사이에 새벽도 끼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녀는 합쳐져서 인간을 완전히 이룬다. 이렇게 남녀처럼 한 짝이 그 위의 범주인 인간을 완전하게 구성하는 반의어를 언어학에서는 ‘상보어(相補語)’라고 한다. 서로(相) 돕는다(補)는 뜻이다.

우리는 ‘반대’에서 차이만 찾으려 하고 배척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차이 너머의 수많은 공통점에 주목한다면 서로 도우면서 좀 더 완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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