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금도 수출 중, 방역 지장 없는 선에서 지원 가능”
자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문재인 대통령에 요청한 의료장비는 진단시약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은 국내 진단시약 생산량이 충분해 미국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요청 받은 의료장비는 코로나19 진단시약이라고 들었다”며 “국내 방역과 환자 관리에 지장이 없는 생산량은 수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국내 방역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방역 정책에 대해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도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관건은 우리의 물량이다.
권계철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충남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를 위한 시약은 크게 두 가지다. 감염 의심자에게서 채취한 검체에서 바이러스 RNA를 추출하는 시약과, 추출한 RNA를 증폭해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시약이다.
추출 시약은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대부분 스위스 제약사 로슈 등에서 사온다고 한다. 반면 뉴클레오시드3인산 등의 원료로 만드는 증폭 시약은 국내 다섯개 업체(씨젠, 코젠바이오텍, 솔젠트, SD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에서 생산한다. 하루 생산량은 최소 20만개로 추정된다. 이 증폭 시약이 우리 정부가 미국에 지원을 검토하는 시약이다.
권 이사장은 “국내 진단 검사가 하루 1만~2만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에 지원할 물량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의 시약을 미국에서 쓰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중 (FDA) 승인이 될 수 있도록 즉각 조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외 다른 나라에도 시약을 지원할지, 지원이 유상일지 무상일지 등에 대해 중대본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현재 미국 이외 다른 나라들도 우리 정부에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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