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신규확진 이탈리아 추월… 프랑스도 사망자 1000명 넘어
유럽 주요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으로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 등 강력한 ‘통제’ 카드를 빼들었지만 폭증세는 여전하다. 이탈리아에선 주춤하는 듯하던 확진자ㆍ사망자 증가 폭이 다시 커졌고, 독일ㆍ스페인 등도 확진자가 하루 새 수천명씩 급증했다. 유럽의 누적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어서면서 단순한 봉쇄 이상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에선 24일(현지시간)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이탈리아ㆍ스페인ㆍ독일ㆍ프랑스 등 4개국 15만여명을 포함해 총 20만명을 넘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이날은 이탈리아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은 스페인의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6,584명으로 이탈리아(5,249명)를 추월한 것이다. 사망자도 하루 새 514명이나 늘었다. 게다가 전체 확진자의 14%가 의료진이다.
프랑스도 이날 이탈리아ㆍ중국ㆍ스페인ㆍ이란에 이어 코로나19 사망자가 1,000명이 넘는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는 일일 사망자 수가 21일 793명, 22일 650명, 23일 602명으로 잦아들더니 이날은 다시 743명으로 치솟았고, 신규 확진자도 전날(4,798명)보다 많아졌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봉쇄령 위반 과태료를 최대 기존보다 15배 가까이 많은 3,000유로(약 400만원)까지 올렸다.
이를 두고 지난 10일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 주요국이 잇따라 도입한 ‘중국 우한식’ 봉쇄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이 우한식 방역 모델에서 잘못된 교훈을 끌어내고 있다”면서 “진단 검사와 격리가 빠진 지역봉쇄 조치는 전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우한은 봉쇄와 함께 광범위한 진단 검사와 격리, 충분한 병상 확보 등을 통해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억제했다는 것이다.
실제 우한은 1월 23일 갑작스러운 도시 봉쇄 직후 코로나19 억제는커녕 오히려 치명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방역 모범 사례로 꼽히는 한국과 싱가포르가 그랬듯 2월 2일부터 체계적인 검역과 진단 검사 체계를 갖추면서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고 WSJ는 분석했다. 특히 임시병원을 열어 경증 환자를 따로 관리한 게 전환점이 됐다. 우한에 파견됐던 선전의 한 의사는 “경증 환자를 분리함으로써 의사 5명이 교대로 환자 400명까지 돌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데비 스리다르 영국 에든버러대 국제공중보건학 교수는 “지역봉쇄는 의료 자원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지만 감염자 추적ㆍ격리가 더 중요하다”면서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임시병원을 마련해 더 많은 환자를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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