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반에 공개된 올림픽 성화가 타오르고 있다. 후쿠시마=AP연합뉴스

근대올림픽 124년 역사상 최초로 연기 결정이 내려진 2020 도쿄올림픽ㆍ패럴림픽 성화도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됐다. 국제사회 우려 속에 일단 불을 붙여놓고 본 성화를 내년까지 한 곳에 두고 봉송 행사를 이어갈지, 일단 불을 끄고 채화 행사부터 다시 할 지도 미지수다.

25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지난 12일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는 취소됐다. 당초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성화봉송 행사엔 ‘희망이 우리 여정을 밝혀준다(Hope Light Our Way)’라는 슬로건을, 성화 자체엔 ‘부흥의 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본 내에선 성화봉송 행사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름값을 해내지 못한 채 애처로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일본과 IOC가 채화 행사 일정을 무리하게 진행하면서 첫 ‘부흥의 불’은 첫 걸음부터 꼬였고,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에 놓이게 됐다. 열흘 남짓의 발걸음도 파란만장했다. 채화 행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 필수 인원만 참석한 채 관중 없이 치러졌고, 8일간 그리스 곳곳을 도는 일정도 초반부터 인파가 몰려 전염병 감염 우려로 취소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에도 아랑곳 않는 일본 정부의 개최 강행 의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시점이기도 하다.

20일 일본으로 건너온 직후 가진 도착식 행사에서도 랜턴에 붙은 불이 강풍으로 꺼지는 수모를 겪었다. 자위대 항공팀이 하늘에 수놓으려던 오륜기 역시 일그러졌다. 이날부터 6일간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인 미야기, 이와테, 후쿠시마현을 찾아 ‘회복의 불꽃’ 기념전시에 먼저 활용됐는데, 전시가 처음 시작된 미야기현 센다이역에 5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며 일본 내 ‘코로나19 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내 성화 봉송 첫 주자였던 여자축구 선수 가와스미 나호미(35ㆍ시에틀레인)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도쿄올림픽 성화봉송을 거부하면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지금까지 올림픽 성화가 채화된 뒤 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적은 없어 성화의 거취 또한 관심사다. 어딜 가든 우려와 논란을 낳았던 애물단지 성화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일본 측이 성화를 1년간 보존한 뒤 내년 봄에 봉송 행사를 재개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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