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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윤모(38)씨는 올 초 3년 만기 주가연계증권(ELS) 3,000만원을 투자했다. 정기 예ㆍ적금보다 2~3%포인트 이자가 높고, 몇 년 동안 손실이 난 적이 없는 상품이란 증권사 직원 권유로 투자를 결심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현재 윤씨는 손실을 넘어 원금을 모두 날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윤씨가 가입한 ELS의 기초자산인 유로스톡스50 지수가 곤두박질치면서 원금손실(녹인ㆍknock in) 구간 진입을 앞두고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이 비상이 걸렸다. ELS와 DLS 상품의 기초자산인 주식과 유가 등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릴 정도로 투자규모가 커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경우 코로나발(發) 경제 충격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자산 주가지수 35%넘게 빠져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ELS 계열 파생상품 잔액은 72조1,000억원, 파생결합펀드(DLF) 계열 파생상품(DLS 포함)은 39조1,000억원에 달한다. 2010년만 해도 두 상품의 잔액 합계는 20조원대 수준이었으나 10년 사이 3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ELS나 DLS는 기초자산인 주요 주가 지수나 유가 등이 미리 정해 둔 기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정 수익을 주는 파생상품이다. 가령 1년 뒤 미국의 S&P500지수가 현재 수준의 70% 이상을 유지하면 연 4%의 이자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두 상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저금리’의 영향이 컸다. 잘해야 2% 수준인 은행 금리와 달리 연 3~6%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어 ‘국민 재테크 상품’까지 불리며 금융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세계 증시가 연일 폭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ELS와 DLS는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당시보다 35~50% 떨어지면 원금손실(녹인)이 발생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날 기준 유로스톡스50은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35.7%, 미국 SP500지수는 34%나 빠진 상태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또는 브렌트유 가격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된 원유 DLS 역시 국제 유가가 고점 대비 65% 가까이 폭락했다.

이에 따라 현재 16개 증권사가 원금손실 가능성을 공지한 상품만 1,077개(ELS 503ㆍDLS 574개), 이들의 미상환 잔액은 1조5,094억원(ELS 6,237억ㆍDLS 8,847억원)에 달한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단기간 내 주가지수 대폭 하락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패닉 셀로 인해 주가 지수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초자산별 ELS 발행잔액 -김문중 기자
 ◇사태 장기화되면 손실 더 커질수도 

이 때문에 최근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는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중도환매를 해야 할지, 만기를 유지해야 할지 고민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 지점에도 관련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들 상품의 만기가 대부분 2~3년이기 때문에 해당 시점까지 기초 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하면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손실 가능 구간에 접어든 투자자 중 대부분은 유로스톡스50과 S&P500지수가 최고점에 도달했던 지난달 가입자인 만큼 만기까지 적어도 2년 가까운 기간이 남아있어 중도환매를 하지 않을 경우 당장의 손실로 반영되지 않는다. 증권사 관계자는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지 않는다면 중도환매보다는 상황을 보며 기다리는 편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가나 유가가 추가로 하락하는 경우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발행 당시 지수에 따라 ‘녹인’이 가능한 수준이 다르지만, 유로스톡스50의 경우 2,000선까지 지수가 밀릴 경우 고객 원금 손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부른 해외금리연계 DLF 때보다 훨씬 큰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모로 발행되는데다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이상으로 현금 자산가들이 주로 가입했던 DLF와 달리, 주로 공모로 발행돼 진입문턱이 낮고 일반 소액투자자가 많은 ELS에서 손실이 확정될 경우 금융권 충격은 훨씬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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