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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n번방 성범죄’ 강력 처벌 입법, 20대 국회 마지막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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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n번방 성범죄’ 강력 처벌 입법, 20대 국회 마지막 의무다

입력
2020.03.24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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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 주도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누더기 개정 성폭력처벌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기본소득당 주도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누더기 개정 성폭력처벌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충격적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엄벌 요구가 비등하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n번방 재발 방지 3법’을 거론하며 “총선 후 국회를 다시 소집하는 한이 있어도 임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그간 디지털 성범죄 처벌 입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린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처벌 강화 조항을 쏙 빼버린 채 개정안을 통과시킨 책임이 너무 크다. 개정안의 핵심은 n번방 운영자와 입장자(관전자) 등 2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공범을 제대로 처벌하기 위한 근거들이었다. 범행에 이용된 텔레그램 메신저의 서버가 해외에 있는 점을 고려한 국제 공조수사 확대, 수사기관 내 디지털 성범죄 전담 부서 신설,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 강화 등이 주내용이었다. 그러나 국회는 디지털 성폭력의 한 유형인 ‘딥페이크(특정인 얼굴을 합성한 음란물)’ 처벌 조항만 신설하는데 그쳤다.

국회 법사위 소위의 법안 심의 회의록에 담긴 여야 의원과 정부 관료들의 인식은 안이하다 못해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정도다. “청소년은 자기 컴퓨터에 그런 짓 자주 한다.” “혼자 그림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다.” 피해 여성들의 피눈물은 그들 안중에 존재하지 않았다.

n번방 운영자들은 수많은 여성, 특히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협박해 형언키 어려운 성 착취물을 촬영해 올리거나 중계했다. 돈을 내고 입장한 ‘관전자’들은 “더한 걸 가져오라”며 여성들을 성 노예로 만들어 욕구를 충족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늘 성범죄 가해자에게 관대했다. ‘초범이다’ ‘반성하고 있다’ ‘나이가 어리다’는 등의 이유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 등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디지털 성범죄 재발의 악순환을 이제는 확실히 차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순식간에 300만명 이상이 서명한 건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절규”라며 n번방 회원 전원 조사를 지시했다. 20대 국회가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친다면 인면수심의 성범죄 사건을 근절하고 피해자들을 보호ᆞ지원할 입법을 임기 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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