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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3단계 입장료 150만원...유료회원 1만명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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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3단계 입장료 150만원...유료회원 1만명 넘는다

입력
2020.03.20 17:31
수정
2020.03.20 22:3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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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원조회’ 가능한 사회복무요원 섭외 

 유료회원 1만명 추정 

 경찰 “다운로드만 받아도 엄벌” 

'박사방' 운영자로 지목된 조모씨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박사방' 운영자로 지목된 조모씨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을 끌어들여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ㆍ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의 실체가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박사방 운영자들은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빼내기 위해 사회복무요원을 포섭했고, ‘입막음’을 위해 일부 피해자를 범죄에 가담시키기도 했다. 이들이 하나의 놀이처럼 박사방의 규모를 키워가는 사이 참혹한 고통을 겪게 된 피해자는 70여 명으로 불어났다.

서울경찰청은 2018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아동 성착취 영상 등을 제작해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조모씨와 공범 13명을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피의자들 대부분 20대 중반 남성이고,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다. 박사방 운영자인 조씨와 공범 4명은 전날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대화 애플리케이션에 ‘고액 스폰 알바 모집’ 같은 글을 올려 피해자를 유인했다. 문의를 하는 여성들에게 적합한 인물인지 확인하겠다며 얼굴과 나체가 나오는 사진을 받아 냈고, 이를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찍어 보내게 했다.

성착취 영상물을 수집한 조씨는 돈벌이에 뛰어들었다. 신분 노출 위험이 없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박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해당 영상들을 수시로 올려 공유했다. 입소문을 타고 회원은 1만명 넘게 늘었다.

박사방에 입장한 회원이라고 영상물 전체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조씨는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한 뒤 1~3단계 대화방을 따로 구축해 각각 입장료를 받았다. 단계 별로 영상물의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더 많은 돈을 내게 했다. 1단계는 20만~25만원, 2단계는 70만원, 3단계는 150만원 안팎이다. 박사방 회원들은 입장료를 활발한 영상 제작을 위한 ‘후원금’으로 불렀다.

박사방 운영자 조모씨가 1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면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뉴스1
박사방 운영자 조모씨가 1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면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뉴스1

피해자를 유인하는 방식은 갈수록 치밀해졌다. 검거된 14명 중 2명은 사회복무요원이다.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복무해 주민등록번호 조회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섭외됐다. 원칙적으로 사회복무요원은 조회 권한이 없지만 공무원들이 바빠서 일을 분담시킬 때를 틈타 일부 피해자의 신상을 빼냈다.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정보도 무차별적으로 수집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의 협박에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영상물을 찍었거나 입장료 수거ㆍ전달책이 된 공범도 있었다. 범죄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도록 입막음을 위해서였다. 조씨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공범들에게 오직 텔레그램으로만 지시를 내렸다.

경찰은 이날까지 확인된 피해자가 74명이라고 밝혔다. 이중 16명은 미성년자 다. 성착취 영상으로 조씨 등이 얻은 범죄수익은 수억원대로 추정된다. 조씨 주거지에서만 1억3,000만원의 현금 다발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는 텔레그램 유료 대화방의 입장료만 받고 입장을 시켜주지 않거나 총기ㆍ마약 판매 등을 미끼로 돈을 받아 챙기는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사방이 생성과 폐쇄를 거듭하는 동안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1만명의 유료 회원들이 입장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텔레그램 n번방’이 논란이 되기 전까지 유료회원으로 박사방에 입장한 인원이 3만명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경찰은 이런 유료회원들까지 모두 수사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ㆍ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제작하거나 유통(판매ㆍ배포ㆍ대여)하면 10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법이 개정된 2013년 이후엔 단순 소지만으로도 1년 이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 회원들도 반드시 검거해 강력하게 처벌할 계획”이라며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조씨가 소지한 영상 원본은 모두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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