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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언택트’의 일상화, 디지털 시계가 빨라진다

입력
2020.03.23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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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과 장기화로 전 세계가 전대미문의 보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세계 각국은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국경 봉쇄와 이동제한, 휴교령과 휴업령, 공공행사 취소 및 공공장소 폐쇄 등 초강경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기업과 시민들도 다중이 모이는 것을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건강과 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극에 달하면서 사람 간의 부대낌으로 북적이던 우리의 일상은 불과 몇 달 만에 사람과의 접촉 자체를 피하는 ‘언택트(untact: un+contact의 합성어)’ 방식으로 재조정되고 있다. 재택근무, 화상교육, 원격의료, 무인매장, 로봇카페, 배달 대행 등 다양한 비대면, 비접촉, 무인 서비스가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만나지도, 만지지도 않는다”는 언택트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갑작스러운 언택트의 일상화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그만큼 더 빨리 진행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블록체인 등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기술은 본질적으로 사람이 하는 일을 대체하는 기술이며,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디지털 기술은 온라인 플랫폼과 결합하여 기존의 오프라인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행해지던 여러 경제 활동들을 온라인에서 혹은 디지털 방식으로도 할 수 있게 변화를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모든 변화의 과정이 그러하듯, 디지털 전환 역시 관성에 의한 반발과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익숙한 습관과 방식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 강한데다, 기존의 생활양식과 괴리가 클수록 변화에 대한 저항도 더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디지털 기술의 괄목할 만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생활은 그다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금번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사태는 언택트라는 새로운 생활방식에 대한 거부감을 일시에 잠재우고 사회 전반의 급진적인 인식 변화와 행동 변화를 불러왔다. 그 결과 그동안 대중화가 다소 더디게 진행되던 많은 비대면, 무인 서비스와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을 주저하던 기업들조차 앞다퉈 언택트 마케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 이론처럼,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안전에 대한 욕구는 생물학적 욕구와 더불어 우리 인간의 가장 강력한 동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디지털 전환의 미래를 미리 엿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본격화된 ‘소매업의 종말’을 시작으로 조금씩 다른 산업으로 확대되었을 경기 침체가 전 세계의 오프라인 활동이 한꺼번에 멈춰 서면서 경제 전체가 마비되는 미증유의 경제위기로 불거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성장한계 상황에서 정부의 반기업 정책으로 활력마저 잃은 한국경제도 비상시국을 맞이하게 되었다. 시대적 변혁기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 대비하지 못한 재난은 변화에 취약했던 우리 경제의 기저질환을 일시에 드러냈지만, 이를 통해 시대착오적 정부 정책과 규제를 단번에 전면 재수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한국경제는 향후 몇 년에 걸쳐 서서히 고사할 수도 있었던 ‘냄비 속 개구리’ 신세에서 벗어나, 끓어오른 냄비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살길을 강구해야 한다. 위기 때마다 순발력 있는 대응으로 국난을 극복해 온 우리가 아닌가.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멈춰 섰던 세계경제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여도 야도,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의 생존을 위해 모두가 한데 힘을 모아야 한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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