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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폭력. 언뜻 보기에 양극단에 있을 것 같은 둘. 일상 속에서는 동전의 양면처럼 가까이 붙어 있다. 사랑을 준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폭력이 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방영중인 ‘개는 훌륭하다’라는 TV프로에서는 문제를 안고 있는 반려동물의 사연을 받아 행동훈련사 강형욱씨의 조언과 행동 교정을 받는다. 심한 공격성을 가지고 있는 강달이라는 이름의 개가 등장했다. 강달이의 보호자는 12년간 함께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지만,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강달이의 공격성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 견주조차 물리기도 하고 주민들에게 언제든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강형욱씨는 문제 상황을 유심히 관찰하고 몇 가지 훈련을 진행한 후, 견주에게 뜻밖에 ‘애정을 끊어라’라는 처방을 내린다. 따뜻하게 말을 걸거나 쓰다듬거나 만지는 행동 또한 금지시켰다.

오랜 시간 개를 무한한 사랑으로 돌보았지만 그 사랑에는 기준과 규칙이 없었다. 애정은 오히려 공격성을 부추겼고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들까지 위험하게 만들었다. 개가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사랑을 준 견주 또한 위협을 받으며 공포를 느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개에게 준 큰 애정이 그 누구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이는 사람 사이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연인 간의 뜨거운 사랑이 데이트 폭력으로 이어지는가 하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서툰 사랑이 자녀를 망가뜨리거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부부 간에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자기 방식을 강요하다가 관계가 위기를 겪는 사례는 얼마나 흔한가.

우리는 ‘사랑’이라는 두 글자만으로 밝고 따뜻한 그림을 곧잘 상상해내지만, 그 이면에 다친 사람들과 망가진 관계들이 많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랑은 다다익선이 될 수 없다. 또한 자신을 희생해서 무조건 주는 것만이 대단하다고 할 수도 없다.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혜가 없는 일방적인 사랑은 위험해질 수 있다.

서투른 애정으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를 입거나, 관계가 위기에 처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 ‘난 사랑한 죄밖에 없어요’라는 이유를 앞세워 어떤 것도 배우고 깨닫지 않는다면 나아질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문제를 제기하는 상대에게 ‘너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라는 식의 변명도 문제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사랑은 물론이고 우정ㆍ배려ㆍ친절과 같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모든 마음은 서투를 수밖에 없다. 본능이 아니기 때문이며 교육 과정에서 정확하게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점 더 지혜롭게 성장해야 한다. 스스로가 하고 있는 사랑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늘 살필 수 있을 때에 안전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하는 게 좋지만 상대에게는 불편함이 되지는 않을까?’ 하고 되묻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더해간다면 점점 더 나아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개의 경우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기준과 규칙이 필요하다.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욱 그렇다. 적정한 거리, 적절한 규칙을 잃어버린 사랑은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다. 트라우마를 남기고, 관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 그런 되돌릴 수 없는 결과 앞에서 사랑해서 그랬다는 이유는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없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대표적인 저서 ‘사랑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의 실패를 극복하는 적절한 방법은 오직 실패의 원인을 가려내고 사랑의 의미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삶이 기술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기술’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을 배우고, 반성하고, 깨달아야 할 것이다.

김혜령 작가ㆍ상담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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