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사망자 ‘코로나 감염’ 루머
환자 절반 급감… 결국 내달 폐쇄
안성 여주 음성 환자까지 커버
“지역 응급의료 체계 붕괴” 우려
경기지역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응급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헛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종합병원이 급기야 응급실 운영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응급실을 방문한 위중환자가 사후 신종 코로나 검진에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돼 지역 응급의료 시스템이 붕괴에 이른 것이다.

18일 경기 이천시 A종합병원에서 응급센터장으로 근무 중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B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헛소문이 퍼져 응급실 환자가 급감, 병원 측에서 다음달 12일까지만 응급실을 운영하고 이후엔 아예 닫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과 간호사 8명이 응급실에 상주하면서 응급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데, 내달 13일부터는 폐쇄한다는 것이다.

헛소문의 실체는 이랬다. B씨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저녁 이 병원 응급실에 의식을 잃은 중증 폐렴환자가 이송됐다. 의료진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지만 끝내 사망했다. 병원 측은 사망자의 신종 코로나 감염 확인에 들어갔고, 24시간 동안 응급실을 폐쇄했다. 검사 결과, 사망자로부터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지역에서는 ‘병원 응급실에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쫙 퍼진 뒤였다.

헛소문의 위력과 파장은 상당했다. B씨는 “확진자가 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했다는 사실무근의 내용이 삽시간에 퍼졌고 응급실 환자 수가 50% 이상 급감했다”며 “보건당국으로부터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은 아무런 방어막이 되지 못했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의료기관에 대한 거짓정보가 퍼지면 중소병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헛소문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지역 주민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에서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A병원과 이천의료원 뿐이다. 이 가운데 이천의료원은 지난 2일 ‘신종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응급실이 폐쇄된 상태다. 이 지역에서 응급환자를 치료할 의료기관이 내달 13일부터는 전무해진다는 얘기다. B씨는 “우리 병원 응급실은 이천(장호원)뿐 아니라 경기 안성시와 여주시, 충북 음성군까지의 응급환자를 커버해왔다”며 “응급실 문을 닫으면 사실상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면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내달 A병원 응급실이 문을 닫으면 이들 지역 응급환자들은 거리가 먼 서울 지역 의료기관이나 충북 충주시 건국대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내달 12일 이전, 상황이 급변해 계속 응급실이 운영될 여지는 없느냐’는 질문에 B씨는 “병원 측이 이미 의료진에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고 통보했다”며 “유지될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든든했던 이 지역 응급의료 체계는 잘못된 소문 한 마디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됐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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