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제충격 얼마나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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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자 지난 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불과 3개월 만에 이 지구라는 행성은 코로나19이라는 바이러스에 점령당했다. 작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던 당시를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이나 조류독감(AI)처럼 중국은 동물에서 사람으로 바이러스 전파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곳이니 가십거리 정도로 우습게 알았다. 그랬던 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온 세상에 퍼졌다. 그것도 모자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만들어 낸 ‘공포 바이러스’에 의해 이 세상은 지배당하고 있다. 어디까지 퍼질지도 모르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극대화된 불확실성의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앞선 감염병들, 그리고 10년 위기설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지금, 이 팬데믹(pandemic)이 언제까지 악명을 떨치는지에 달려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에서 교훈을 얻고 싶어 하듯이 우리는 과거 유명했던 전염병이 창궐한 시기와 코로나19가 창궐한 지금을 비교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 중 하나로 중국발 바이러스성 전염병이었던 2003년의 사스가 우선 떠 오른다. 그런데 사스의 확산 범위는 거의 중국에 국한되었다. 당시 중국에서 확진자 수가 약 5,000명에 달하였지만, 한국 내 확진자 수는 불과 수 명에 그쳤다. 경제적 영향도 거의 없었다. 지금이야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미국에 버금가지만, 당시 중국은 세계 경제의 변두리에 불과했다.

2015년 한국에서 유행했던 메르스(MERS)도 빠른 전염성과 높은 치사율을 가진 것으로 유명했으나, 확산의 범위는 중동과 한국 정도에 불과했다. 역시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다. 다만, 한국 경제는 당시 회복 국면에서 침체 국면으로 빠지는 ‘더블딥(double-dip)’을 경험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고 확진자 수 카운팅을 하는 것을 포기했을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빨랐던 신종플루(Influenza A[H1N1])를 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약 75만 명이 감염되기도 하였으나 사망률은 비교적 높지 않았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시기가 경제적으로 좋은 상황은 아니었으나 당시는 리먼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의 연장선에 있었기에 경기부진의 원인이 신종플루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지금 창궐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의 최근 전염병 사례는 없다. 즉, 세계 경제를 결정적으로 흔들었던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세계 경제가 위기에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것은 아마도 거의 10년에 한 번씩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의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그 이후 10년이 지나서의 2008~09년의 리먼 사태,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나 2019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글로벌 경제위기 10년 주기설’의 내용이다.

인간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현상을 끼워 맞추기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들에게는 ‘10년 주기설’이 거의 종교적 믿음 수준이다. 그들 말 대로라면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는 고통의 시기를 견디어야 한다. 과연 10년 전 그리고 20년 전 우리가 경험했던 경제위기가 다시 올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외환위기, 금융위기, 그리고 가장 최근 유럽재정위기의 원인은 경제 시스템의 고장과 방치된 부채 버블의 붕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래서 그것을 복구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경제위기는 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다. 더구나 부채 버블의 이슈도 중국을 제외하면 한 발 비껴가 있다. 그래서 전염병만 진정이 되면 어쩌면 세계 경제의 강한 반등도 가능할 수도 있다고 믿어본다. 다시 말하지만,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지금 필자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국내외 항공여객이 급감하면서 지난 16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장기주차장이 텅 비어 있다. 영종도=서재훈 기자
내수 경기는 최악을 지나고 있는지도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역시 코로나19가 얼마나 빨리 제압되는지에 달려 있다. 이 전염병이 언제 끝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필자의 영역이 아니다. 한 달이 갈지 10년이 갈지 모르겠다. 다만 최근 한국과 주요국들의 코로나19 확산 추세와 의학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에 입각한다면, 우리 내수시장이 가장 최악의 상황을 겪는 시점은 1분기 더 구체적으로는 바로 지금 3월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전염병이 콘트롤 되고 있다는 주관적 느낌 때문이다. 공포 바이러스만 걷어 낸다면 즉, 지금 이 불황의 원인만 제거된다면 내수가 완만하게나마 안정을 찾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달을 넘겨 4월에 접어들면서 강하지는 않지만, 소비 심리가 조금씩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되는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콘트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우리가 파악하지 못하는 경로를 통해 광범위한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 것일 수 있다. 그런 경우라면 올해 한국 경제는 한 가지 시나리오밖에는 없다. 바로 대공황이다.

수출 경기의 바닥은 한 참 뒤에서나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에 근거해서 말하더라도 수출 경기는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았다고 본다. 교역은 물자가 국경을 넘어가는 이동이기 때문에 내수가 아니라 해외 수요가 우리 수출 경기를 결정짓는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이 동시다발적이 아닌 순차(sequence)적 특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그냥 한꺼번에 왔다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질병이면 고통의 기간도 짧을 것이고 별문제가 없다. 그런데 동아시아만 보더라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그리고 이제 일본이 시작되었다. 유럽은 이탈리아에서 스페인으로 이제 역내 국가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들이 도미노와 같이 시차를 두고 쓰러진다면 분업구조가 얽히고설킨 세계 시장은 상당 기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우리 수출 경기도 언제 회복될지 장담할 수 없다.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기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이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2020-03-06(한국일보)
ASAP (As Soon As Possible)

지금 한국은 물론 각국 정부들의 경제정책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은 정책의 내용이 아니라 신속성이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엄청나게 빠른 확산 속도이다. 그렇다면 방역정책은 물론이고 경제정책도 그 속도가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넘어서야 한다. 따라서 지금 추경의 규모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어리석다. 이번 추경으로도 예산이 부족하면 나중에 또 하면 된다. 추경을 1년에 한 번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래서 국회가 1차 추경을 신속하게 통과시킨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한편, 그 동안 가장 답답하게 생각했던 부문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었다. 지난 2월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당시 동결의 논리는 외국인 자금 유출 방지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서 미국 연준이 불과 며칠 사이에 두 번에 걸쳐 정책금리를 1.5~1.75%에서 0~0.25%로 1.5%포인트나 내렸다. 그제야 한은은 어쩔 수 없이 지난 월요일 임시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늦었지만 시장에 국내외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기업이 망하고 국민이 굶어 죽은 다음에 외화 유출과 부동산 버블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한발 앞서가야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효과가 없다고 또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미적거릴 것이 아니라 모든 화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추락하는 것을 받쳐줄 든든한 버팀목이 절실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공포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낼 수 있는 ‘심리 안정 백신’이다.

요즘 너무나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경제는 언제쯤 회복이 됩니까? 그러나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답답하다. 전염병의 확산이 멈추는 순간이 세계 경제가 회복의 시동을 거는 때인 것은 알겠는데,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바이러스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보여야 물어보든지 말든지 할 것이 아니겠는가?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주원 실장은 고려대학교에서 이론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각종 보고서와 토론회 및 매스컴을 통해 세계경제흐름 및 한국경제동향에 해박하고 날카로운 의견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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