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사랑요양병원 75명 확진
뒤늦게 병원 건물 코호트 격리… 정문만 경찰 통제, 뒷문은 활짝
8인실 4개, 7인실 4개, 6인실 9개, 2인실 2개 등 대형병실이 대부분이다. 환자당 병상 간격은 1.5m, 충격적인 첫 확진자는 병원의 간호과장이다. 대구의 한사랑요양병원에서 75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파장이 일고 있다. 대구시는 사태가 이지경이 될 때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특히 첫 확진 환자 발생 후 병원 측의 미온적 대처가 화를 키운 것으로 지적돼 추가적인 집단감염도 우려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8일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고 있어 당분간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희망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고 외출과 모임 자제를 당부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환자 117명 중 57명, 종사자 71명 중 18명 등 모두 75명의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병원 간호부장이 16일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전수검사 결과 74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대구시는 이날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와 종사자들을 병원과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이송하고 5층 병원 건물을 뒤늦게 ‘코호트(동일집단) 격리’ 조치했다. 병원엔 치매와 파킨슨, 뇌경색 등 쉽게 완치되지 않는 환자들이 상당수 입원해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열흘 전부터 환자들이 신종 코로나 감염 징후를 보인데다 환자들이 수시로 뒷문으로 나와 골목과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연쇄 감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75명의 확진자가 확인된 18일 낮 12시 병원에는 경찰관 2명이 정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으나 뒷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평소에도 병원 정문은 출입이 제한되지만 뒷문은 개방돼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평소 이 병원 환자 중 상당수가 뒷문으로 나와 주변 가게에서 술과 담배, 음식 등을 사서 골목과 길거리에서 술판을 벌였다. 특히 북부정류장과 100m 안팎인 병원 주변에는 버스 탑승객과 외국인 노동자도 붐벼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한 잡화상 주인은 “환자복을 입은 노인들이 종종 음식이나 술을 사가지고 간다”며 “매일 소독을 하지만 무더기 확진 소식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종연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전수조사를 한 결과 열흘 전부터 증세를 보인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혀 인근 지역 감염 우려가 크다.
한편 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앞서 17일 “격리 배제된 사람들을 더 큰 위험으로 내모는 사회복지시설 코호트 격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해 코호트 시설의 위험성을 환기했다.
경북지역 48개 시민ㆍ사회단체는 성명서에서 “사회적으로 격리된 시설 입소자들이 1인1실의 격리공간도 확보되지 않는 수용시설에서 또 이중 격리됐다”며 “종사자들도 마땅한 숙박 공간도 없이 집단 기거하는 상황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도 “현실적으로 코호트 강제 지정보다 잠재적 감염원과의 접촉 차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구시는 사회복지시설 330곳과 요양병원 67곳 등 397개 시설 종사자와 생활인, 환자 3만3,628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30% 정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최근 확진자가 발생한 한사랑요양병원과 대구 북구 배성병원 등 5곳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17일 하루동안 87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고위험 집단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신속하게 실시하겠다”며 “이달 28일까지 모임과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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