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ㆍ경제적 지원책 없어 기관들 “쇼맨십 행정” 탄식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 요양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우려돼 폐쇄돼 있다. 이 병원은 부천지역 확진자 1명이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돼 코호트 격리됐다. 코호트 격리는 특정 질병에 같이 노출된 사람을 하나의 집단(코호트)으로 묶어 격리하는 방역 조치다. 연합뉴스

경기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도내 의료ㆍ거주시설 1,824곳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를 시행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들 중 1%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입소자는 물론, 직원의 시설 외부 출입을 일정기간 중단해 집단으로 생활하는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신종 코로나로부터 철저히 보호한다는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도가 격리를 권고하면서 직원의 주 52시간 근무 준수 등 현장에서 지키기 어려운 조건을 내건 한편, 경제적 지원책을 명확히 약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적으로도 경북도를 제외하면 지원책을 마련한 시도를 찾기 힘들지만 정부는 지원책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어떤 예산으로 지원할지 논의 중”이라는 모호한 입장만 내놓고 있다.

16일 경기도는 당초 이달 15일까지 종료하기로 예정했던 의료ㆍ거주시설의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29일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과 관련해 도민 다수가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신종 코로나 확산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도는 지난 2일 노인요양ㆍ양로시설(1,267곳) 장애인 거주시설(144곳) 노인요양병원(311곳) 정신의료기관(96곳) 정신요양기관(6곳)을 대상으로 종사자가 동의하고 숙식과 휴게공간이 마련된 시설부터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선 “쇼맨십에 가까운 행정”이라는 탄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참여기관은 13곳에 불과하고 노인 요양원 등 요양시설은 10곳뿐이다. 도가 비상상황에서 예방적 코호트 격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종사자의 근무시간이 12주 동안 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정하라는 등 지키기 힘든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지원 역시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대안이 나오지도 않았다. 대형 요양원 901곳이 가입한 한국노인복지중앙회의 김병준 부장은 “경기도 공지를 보면 사실상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면서 “종사자가 24시간 시설에 머무니 각종 수당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도는 예산을 바로 지원해 준다는 것도 아니고 안 줄 수도 있다는 식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의 의사소통에 혼선이 발생해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이날 충남도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최근 관내 한 요양원이 ‘근로기준법 위반 가능성’을 운운한 지자체의 지적으로 자발적 코호트 격리를 중단(한국일보 14일자 보도)한 것과 관련해 “지자체는 행정권한이 없고 복지부의 의견을 전달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복지부 요양보험운영과 관계자는 “감염병 예방이 시급한 상황이어서 인력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여러 차례 문서로 전했다”라며 다른 말을 했다.

다만 복지부는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와 관련해 지자체와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의 경우 위법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현재 감염병 예방이 시급한 상황인 만큼 직원들 동의를 받아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행한다면 문제 소지가 적을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일에 이어 16일에도 지원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 예산안이 17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예방적 코호트 격리 지원 논의가 더 진전될 전망이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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