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럽 스페인과 동유럽 불가리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연이어 선포했다. 13일 오후 5시(현지시간) 기준 스페인의 코로나19 감염자수는 전일 대비 1,100여명이 폭증해 4,3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감염자 규모로 보면 세계 5위다. 불가리아 내 감염자수는 23명으로 절대적인 수치는 작지만, 확산세가 빠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긴급 내각 회의를 진행한 뒤, 이튿날부터 15일간 국가비상사태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시에 정부는 일시적으로 국민들의 이동을 제한할 수 있으며, 정부가 필요한 자산을 징발하고 공장, 창고, 상업 시설 등을 점유할 수 있다. 15일 후 정부는 의회 동의를 거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산체스 총리는 "매우 힘든 시간이 되겠지만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군대를 포함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스페인 내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세계 코로나19 현황을 집계하는 월도미터에 따르면 이날까지 스페인 내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4,330여명과 112명을 넘어섰다.
불가리아도 1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불가리아 내 환자 수는 23명으로, 이는 전일 대비 3배 증가한 수치다. 로이터에 따르면 불가리아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 선포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의회는 201명 전원 만장일치로 이를 의결했다. 이에 따라 불가리아 정부는 해외여행을 제한할 수 있으며 초중고교와 대학교에 휴교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불가리아 외에도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 라트비아 등 유럽연합 동부권 국가들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유럽 전역에서 연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피해 상황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는 13일 기준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각각 1만5,000명과 1,000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에 이어 확진자 규모로는 스페인(4,334명) 독일(3,117명) 프랑스(2,876명) 순이며, 스위스에서도 이날 확진자 1,000명을 돌파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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