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기고 튼튼한 섬유로 만드는 일회용 커피 종이컵을 사진 인화지로 재활용하는 기술이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필라로이드 제공

일회용 종이컵이 사진으로 돌아왔다. 카페에서 쓰는 일회용 종이컵은 내부가 코팅돼 있어 다른 종이와 달리 재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 소각됐던 종이컵을 수거해 사진 인화지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올해 1월 세계 최초로 종이컵을 재활용한 사진 인화 서비스를 선보인 ‘필라로이드’의 오승호(30) 대표는 “종이컵은 가장 많이 쓰는 대표적인 일회용품인데도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것 같아 이걸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종이컵은 스웨덴 핀란드 독일 미국 등 4개국의 침엽수에서 생산되는 고급 펄프로 만들어진다. 일반 펄프에 비해 질기고 튼튼한 좋은 재료를 쓴다. 하지만 방수를 위해 내부에 코팅 처리를 하다 보니 재활용이 어렵다. 대부분의 종이컵들은 소각 처리된다. 재생할 경우 특성상 습도와 온도 등 환경에 취약해지는 점도 재활용을 어렵게 했다. 전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종이컵은 매년 257억개. 이 종이컵들을 폐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및 미세먼지는 16만톤에 이른다.

재생 인화지를 만들려면 일단 수거된 종이컵을 분류해 코팅을 벗겨내야 한다. 그 다음 압축, 분쇄한다. 분쇄한 종이컵에서 다시 섬유를 추출해 인화지로 만든다. 오 대표는 “종이컵 대부분이 손상되지 않은 채로 버려지기 때문에 질기고 튼튼한 고급 섬유를 그대로 재활용할 수 있고, 섬유 특성이 인화지로 쓰기에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높이 10㎝, 지름 7㎝의 종이컵 하나로 인화지 세 장(3X5 사이즈)을 만들 수 있다.

재생 인화지는 기존 인화지에 비해 색상이나 재질이 부드럽다. 필라로이드 제공

재생 인화지는 장점도 있다. 재생은 기존 인화지에 비해 색상이나 재질이 부드럽다. 기존 인화지가 눈부신 백색이었다면 재생 인화지는 아이보리색에 가깝다. 반질반질한 기존 인화지에 비해 재질도 사각사각하다. 다양한 사이즈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 대표는 “재생 인화지가 주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있어 추억이 담긴 사진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재생 인화지로 사진을 인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환경 개선에 앞장서는 필라로이드는 포장지에도 환경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문구를 넣었다. 필라로이드 제공

반응은 고무적이다. 일반 인화지보다 장당 인화비용이 2.5배나 높은데도 불구하고 1월 사진 인화 주문량이 지난해 한달 평균 주문량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했다. 오 대표는 “대량 생산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기존 인화지보다 높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컵을 재활용해 엽서와 카드 등 문구와 출판 등으로 영역을 넓힐 방침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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