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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의료진 방 빼라” 민원?… 창원 한 호텔 사장이 알린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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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의료진 방 빼라” 민원?… 창원 한 호텔 사장이 알린 진실

입력
2020.03.13 11:41
수정
2020.03.1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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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측 “6일부터 숙소 제공했으나 예식업체가 내보내라 압박” 

 호텔 회장, 편지 통해 “따뜻한 잠자리 하나 제공 못해 통탄스러워” 밝혀 

 예식업체 측 “예식장 이용객 우려 반영… 호텔 변경 요청”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의료진들이 3일 격리병동으로 교대 근무를 들어가고 있다. 대구=뉴스1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의료진들이 3일 격리병동으로 교대 근무를 들어가고 있다. 대구=뉴스1

경남 창원의 A호텔에 투숙 중이던 의료진들이 지속적인 민원 때문에 호텔에서 나와 숙소를 옮겨야 한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해당 호텔은 물론 민원을 제기했다는 일부 창원 시민들에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진실은 조금 달랐다.

1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A호텔의 회장이 의료진에게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편지 내용에 따르면 일반 시민이 아닌 호텔에 입점한 예식업체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A호텔의 윤모 회장은 앞서 11일 편지에서 “심각한 국가 재난 시기에 즈음해 저희 호텔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차에 창원병원 직원들의 숙식을 제공할 기회가 주어져 호텔이 추구하는 영리와는 별개로 여러분을 모시게 됐습니다”라며 “아수라장의 한복판에서 병마와 싸우는 여러분에게 경의와 존경의 심정으로 조금이나마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송구하게도 저희 호텔 내 입점해있는 예식업체의 강한 반발로 인해 여러분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환난에 더는 동참할 수가 없게 돼버렸습니다”라며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에게 따뜻한 잠자리 하나 제공해 드리지 못하게 된 것이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경남 창원의 A호텔 회장이 의료진들에게 쓴 편지 글이 뒤늦게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경남 창원의 A호텔 회장이 의료진들에게 쓴 편지 글이 뒤늦게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러면서 “임대업주가 개인적인 이익에 대한 집착으로 관공서와 창원병원 측에 호텔 숙식을 금지시켜 달라고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습니다”라며 “예식 임대업주를 설득해 국가적 역경 극복에 동참시키지 못한 제가 여러분에게 양해와 용서를 구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참으로 부끄럽고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편지 내용이 알려지면서 호텔과 해당 지역 주민들만 괜한 비판을 받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창원 시민을 오해해서 죄송하다”(th****), “업주가 지속적으로 민원 넣었나 보다. 애꿎은 창원 시민들만 욕먹었다”(yu****)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예식업체 측은 창원병원 의료진들이 호텔에 투숙하기 이전부터 줄곧 불만을 제기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측은 병원에서 투숙을 요청하자 예식업체에 조식 마련 등을 이유로 협조 요청을 구했으나, 예식업체는 지속적으로 반발했다고 한다. 호텔 측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예식업체에 협조를 구했으나 업체 측이 끝내 거절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일단 의료진을 6일부터 수용했다”며 “예식업체는 이때부터 호텔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병원과 도의회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예식업체는 병원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고 한다. 해당 관계자는 “예식업체에서 병원에 손해배상청구와 관련한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안다”며 “지속적인 민원에 못 이겨 병원에서 철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예식업체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예식업체 측은 예식장 이용객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시설이 입점해있지 않은 인근 비즈니스 호텔 등을 권유했을 뿐 방을 빼라는 식의 강압은 없었다고 한다.

예식업체 측 관계자는 “의료진들이 투숙하기 이전에 감염 등의 우려를 호텔 측에 전달한 적은 있지만, 이내 수긍하고 조식을 준비했었다”며 “3월 말까지라던 투숙 기간이 코로나19 종식 무렵까지로 변경된 것을 알고 뒤늦게 호텔 측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진들이 투숙한 이후 해당 호텔에 확진자 가족이 투숙한다는 거짓 소문이 퍼지면서 예식장 이용객들로부터 문의전화가 이어졌다”며 “호텔 측에 예식장 이용객들의 우려를 전달하면서 의료진 투숙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고, 병원 측에도 다른 호텔로 변경해달라고 여러 번 요구한 적은 있다”고 언급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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