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시험공화국이다. 영유아기 때부터 은퇴를 앞둔 노년기까지, 시험에 매달린다. 사회 전체가 시험중독에 빠져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시험 결과로 사람을 평가하고 합격과 탈락 사이에 선을 그어 사람을 구분한다. 이 과정 속에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기효능감과 자기주도성을 상실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고통 받는다. 그럼에도 결국 수많은 시험에 의존하는 시험공화국인 이상, 결국 사람들은 이 같은 시험에 적응한 ‘시험인간’이 될 수 밖에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는 두 저자는 한국 사회 특유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 체제’를 유지시키는 핵심에 시험이 있으며 시험이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시험인간들의 세상이 승자독식으로 인한 갑질과 불평등 문제를 낳고, 오로지 시험만이 공정하다는 맹신 속에서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시험공화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시험은 공정하다’ ‘일등만 하면, 합격만 하면 행복이 보장된다’ 같은 신화부터 해체해야 한다. 그렇다고 시험을 없애자는 얘기는 아니다. 시험에 대해 다르게 접근하자는 것이다. 학습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시험이 되도록 바꿔 나가고, 선발 목적의 시험은 평가자의 전문성과 헌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시험인간
김기헌 장근영 지음
생각정원 발행ㆍ314쪽ㆍ1만6,000원
두 저자는 정해진 답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의 시대가 올 것이라 본다. 서열화와 경쟁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기 위해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야 할 때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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