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3.9% 하락하며 1,834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전날 2.8% 하락에 이은 이틀 연속 폭락으로 지수는 4년 전으로 후퇴했다. 특히 장중 한때 대량 프로그램 매도를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8년여 만에 발동되는 등 조마조마한 상황이 연출됐다. 사이드카는 주식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보다는 낮은 단계의 비상조치로, 덕분에 증시는 1,800선 붕괴를 간신히 막았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4.41% 떨어졌고, 홍콩 호주 등도 3% 이상 급락하는 등 전 세계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의 이날 폭락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직후 시작됐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이 올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긴급담화를 통해 유럽 지역에 대한 미국 입국제한 조치 시행을 발표한 것이 주가 하락 폭을 키웠다.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국가 간 이동 제한이 확산되고 무역장벽도 높아지면 전 세계가 급격한 경기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우려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을 붙인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더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다.
증시는 등락이 극심해 대개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면 공포가 다른 경제 분야로 전염된다. 금융위원회 손병두 부위원장은 이날 “현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다르다. 은행 등 국내 금융사들은 손실 흡수 능력이 충분하고 금융시스템은 안정적”이라며 “공매도 지정제도 강화에 이어 앞으로 필요한 경우 준비된 비상계획에 따라 주저하지 않고 추가적인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손 부회장이 언급한 비상계획에는 일일 주가 등락폭 축소 등의 적극 개입 대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도 국내 주식시장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신속하고 과감한 개입을 통해 과도한 공포가 실물 경제로 확산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