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서초동과 여의도 일대에서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한 시민단체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당해 후원금 4억원 가량을 피해 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개국본의 간부 김모(51)씨가 지난해 10월 신고한 보이스피싱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개국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검찰 개혁’을 내세우며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서초동과 여의도 등에서 15차례 집회를 열었다. 개국본은 집회 비용을 후원금으로 충당했는데, 당시 인터넷 카페에 김씨 계좌번호를 공지하고 월 회비 명목으로 후원금을 걷었다. 김씨 계좌엔 후원금으로 20억원 이상 입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아 사용하고 남은 후원금 5억원 중 약 4억원이 보이스피싱 일당의 계좌로 송금됐다. 4억원은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으로는 상당히 큰 액수다. 범죄 피해를 알게 된 김씨는 지난해 10월 9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계좌가 범죄에 노출돼 있다”며 속인 뒤 스마트폰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도록 유도하는 일반적인 수법이다. 경찰은 사기범들이 악성 앱을 원격 조정해 김씨 계좌에 있는 돈을 빼간 것으로 보고 있다.

개국본은 이 같은 범죄 피해를 후원자들에게 제때 알리지 않았다. 개국본 이종원(47) 대표는 경찰에 신고한 이후인 지난해 10월 17일 유튜브에 회비 정산 방송을 올렸지만 피해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경찰은 4억원이 거쳐간 계좌의 명의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돈의 최종 도착지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이라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개국본이 피해금액의 상당 부분을 되찾은 걸로 안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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