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균형] 바다거북이 플라스틱에 이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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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균형] 바다거북이 플라스틱에 이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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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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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의 소화관에서 발견된 해양쓰레기들.

최근 우리를 감싼 많은 변화들로 인해 충격적인 뉴스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 도시에서 시작한 질병이 순식간에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한 국가가 통째로 통제되는 상황을 목도합니다. 지구 전체를 감싸는 대규모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봄이 되자 우리 주변의 미세먼지는 기세등등해집니다. 어느 순간 잠잠해진 미세플라스틱 소식도 조만간 다시 질병을 뚫고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겠지요. 매년 역사적 기록을 경신하는 기후변화와 대기 중 탄소농도는 언젠가 이번 질병의 위력보다 더 세게 지구촌을 덮칠 듯합니다.

바다거북의 소화관에서 발견된 해양쓰레기들.

국립생태원에서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함께 바다거북의 플라스틱 오염 정도를 수년째 확인하고 있습니다. 해양에 유입된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심심찮게 바다거북의 소화기관에서 발견되고, 간혹 이들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왜 바다거북은 맛도 없을 듯한 비닐과 플라스틱을 자꾸 먹어 대는 것일까요? 그동안 우리는 한 가지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초식성 바다거북은 주로 해초류를 먹는데, 특히 밧줄 등이 그와 유사하고, 해파리를 비롯한 연체류를 좋아하는 붉은바다거북은 파도에 너울거리는 비닐과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할 것이라는 점이었죠.

바다거북의 소화관에서 발견된 해양쓰레기들.

아마도 플라스틱 조각을 새끼에게 먹이는 알바트로스 사진을 기억하실 겁니다. 디메틸설파이드(DMS)라는 유기황화 기체는 대양 표면에 사는 조류(藻類)가 분해되면서 방출하는 것이죠. 이 기체는 물에 잘 용해되지 않아 대양 표면을 떠돌게 됩니다. 이러한 조류를 동물성 플랑크톤이 먹고, 이는 다시 다른 상위포식자를 끌어들이기에 이 지역에는 먹이가 풍부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징표가 됩니다. 해양성 조류의 경우 특히 후각이 발달한 종이 많은데, 이를 이용해 먹이가 어디에 많이 분포하는지 알아내고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특히 바다를 떠도는 플라스틱 섬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들러붙기 좋은 공간이 만들어지기에 DMS 배출이 강해지고, 그 특유의 유황냄새로 인해 먹이로 오인하여 먹게 됩니다.

바로 이 현상이 바다거북에게서도 나타난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미국의 조셉 팔러가 이끄는 ‘붉은바다거북 연구프로젝트(CRP)’팀은 붉은바다거북에게 초순수 및 먹이와 함께 깨끗한 플라스틱과 바다 미생물이 들러붙은 플라스틱 등의 냄새를 풍긴 후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깨끗한 플라스틱에는 반응이 적던 거북이들이 미생물 부착 플라스틱 쪽으로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특히 물 안에서는 냄새를 맡지 못하지만, 물 표면의 냄새를 추적하기 위해 물 밖으로 머리를 들고 냄새 탐색 행동을 세배 이상 보인 것입니다. 즉, 해양성 조류가 바다 플라스틱 오염에 피해를 입는 방식 그대로 바다거북도 이끌린다는 또 하나의 사실이 확인된 것이죠. 작년 보도에 따르면 우리는 매주 신용카드 1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고 합니다. 한 달이면 칫솔 한 개 분량을 먹는다죠. 연간 800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새들과 거북이, 물고기와 조개가 플라스틱을 먹지 못하게 해야만, 우리도 플라스틱을 먹지 않을 것입니다. 생태적 균형은 그렇게 우리와 자연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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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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