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영주권자 지방선거 투표권 박탈’ 청원과 함께 확산된 가짜뉴스
“누가 믿겠나 싶은데 한 어르신이 보고 있더라”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중국인 영주권자 지방선거 투표권 박탈’ 관련 청원 주소가 공유 중이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올라온 이 청원은 “시민권자만 누릴 수 있는 투표권을 소중히 지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자들에게 영주권자라는 이유로 투표권을 주는 행위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들의 손에게 맡기는 행위”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청원은 9일 오후 현재 14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문제는 이 청원 참여를 독려하며 무분별한 가짜 뉴스가 같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짜 뉴스에는 “2020년 3월 7일 0시를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 행정명령으로 조선족은 1개월만 거주하면 주민증, 선거권을 발급해 주기로 했다. 긴급 행정명령으로 4ㆍ15 총선에서 피선거권을 갖게 되는 조선족 동포들이 4월 이전에 들어오기로 결정됨에 따라 더불어 민주당은 압승의 길이 열리게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글 마지막에는 “청와대 청원은 법적 효력이 없지만 아래 국회사이트 청원은 입법논의가 가능하다. 모두 꼭 참여해 달라”며 ‘중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 박탈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국회 국민동의 청원 주소가 첨부됐다.
SNS에서는 이 글을 두고 “내용이 너무 엉뚱해서 누가 믿겠나 싶은데 버스에서 한 어르신이 메신저로 이 가짜 뉴스를 보고 있더라”(cs*****), “무작위로 퍼뜨리는데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아 진짜 그런가?’ 싶을 수도 있겠더라. 믿는 사람이 있을까봐 무섭다”(gf********)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ss****)은 “엄밀히 말하면 이 글 앞뒤가 맞지 않다”며 “4ㆍ15 총선에 조선족 동포들이 들어와 선거권을 행사한다고 하는데, 뒤에 첨부된 링크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 관련 링크다. 결국 청원 참여를 늘리기 위한 낚시성 가짜 뉴스”라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투표권 행사를 할 수 없다. 단,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ㆍ시도교육감ㆍ시도의원ㆍ시군구의원 등을 뽑는 지방선거에는 투표할 수 있다.
여기에도 조건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15조(선거권)에 따라 18세 이상,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외국인에 한해서만 지방선거 투표 자격이 주어진다. 외국인 투표권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중국 동포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데, 외국인 투표권에 거부감을 표하는 심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인 포비아’(중국인 혐오증)가 동반되며 총선과 무관한 ‘중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 박탈’ 청원까지 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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