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일 진보 성향 시민사회 원로들이 추진 중인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민감한 사안이라 의견 수렴 절차를 밟는 모양새지만, 내부적으로는 미래통합당에게 원내 1당을 넘겨줄 수 있다는 절박감이 커지자 비례연합정당 참여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라고 한다.
현재 여론조사를 적용할 경우 진보 진영이 위성정당 없이 선거를 치르면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가운데 민주당이 7석, 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27석, 정의당이 13석 차지하는 것으로 나온다. 비례대표에서만 20석 가까이 차이가 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선전해도 통합당이 1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은 통합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를 무력화시키는 위성정당 창당 꼼수를 쓰면서 발생했다. 민주당이 이럴 바엔 우리도 위성정당을 만들어 통합당이 1당이 되는 거라도 막자는 생각을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불가피론’은 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선 명분이 떨어지고,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먼저 비례연합정당의 의석이 늘면 ‘4+1’ 패스트트랙 공조에 참여했던 정의당과 민생당의 몫은 줄어들게 돼 있다. 이는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돕는다는 개정 선거법 취지와 정반대 결과다. 설령 정의당과 민생당이 참여한다 해도 비례연합정당 참여 주체 간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도 의문이다. 벌써부터 민주당은 병립형 비례대표에서 얻을 수 있는 7석은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되는 지금의 정당 지지율이 40일 뒤 총선 표심을 미리 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국민 뜻과는 무관하게 밀실에서 짬짜미로 비민주적 의사 결정을 할 위험이 크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언급대로 진보 진영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적을 이기고자 적을 닮아가는 내로남불 정치다. 선거제 개혁을 스스로 허무는 집권 여당의 원칙 없는 선거공학이 도마에 오르면 수천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접전지에선 역효과가 나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민주당은 차라리 선거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위성정당 꼼수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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