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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코로나19와 대한민국의 리질리언스

입력
2020.03.07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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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는 한국의 회복능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될 중요한 사건이다. 사진은 4일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의료진의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는 한국의 회복능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될 중요한 사건이다. 사진은 4일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의료진의 모습. 연합뉴스

외국에 가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하면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고마워할 때가 많다. BTS와 ‘기생충’과 같은 한류열풍이 아니더라도 한국은 많은 나라 사람들이 가장 가 보고 싶어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국외여행을 많이 하거나 국제협력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세계 속의 우리나라의 위상을 실감한다.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과 정치민주화를 이룬 거의 유일한 모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입국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100여개국으로 늘었다. 일시적 감염병으로 한국의 위상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중대한 도전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결과에 따라 다시 평가될 것이다.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새로 등장한 개념이 리질리언스(Resilience)이다. 우리말로는 회복탄력성, 회복력, 복원력 등으로 번역된다. 딱 맞는 우리말을 아직 찾지 못해 그냥 리질리언스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재난과 같은 예상치 못한 큰 충격을 당했을 때,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한국의 회복능력을 전 세계에 보여 주게 될 중요한 사건이다. 중국 다음으로 심각한 코로나19 위험국가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했는가로 대한민국의 리질리언스가 평가받게 될 것이다.

생태계와 자연환경의 교란과 파괴가 야기한 ‘지구의 역습’이라고 불리는 재난이 늘고 있다. 신종 감염병도 그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이다. 기후변화와 생태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신종 감염병과 자연재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점점 재난의 규모와 빈도도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재난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닥치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측불가능성은 기후위기의 중요한 특징이다. 그래서 차단하거나 예방하는 것이 곤란하고, 완전하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기후위기와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의 재난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제 인류는 이러한 재난과 함께 살아야 한다.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해야 한다. 재난에 대한 리질리언스를 높여야 한다.

사회의 리질리언스는 그 사회의 가장 강한 부분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평가된다. 리질리언스를 높이기 위해서는 취약한 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튼튼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들이었다. 그런데 뼈아픈 사실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의 취약층에 노약자뿐만 아니라 청년계층까지 포함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된 신천지가 청년들 속에서 급속하게 세를 확장했다는 사실은 우리 청년들이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 있는지를 보여 준다.

선진적인 의료시스템으로 빠르게 검사를 하고, 전력을 다해 원인을 추적하여 차단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응은 충분히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위기 극복을 위해 자원하여 힘을 보태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리질리언스의 토대이다.

시간문제이지 결국 코로나19는 물러갈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그 후유증은 크고 오래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제와 산업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사회의 약한 고리였던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소기업들이 충격에서 회생하기까지는 너무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안정망의 확보가 리질리언스의 핵심이다.

코로나19 퇴치의 최전선에서 온몸을 바쳐 싸우고 있는 의료진에게, 본업을 팽개치고 나선 자원봉사자들과 수많은 기부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더 큰 힘을 코로나 이후의 재건과 회복을 위해 모아가야 한다. 한국인의 건강함과 회복능력을 세계에 보여 주자.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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