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집 지층에 마련한 책방을 주민들 사랑방으로 만든 김은주씨
“제가 가진 것을 먼저 내놓고 손을 내밀어야 진정한 공동체가 되지 않겠어요?”
5일 서울 도봉구 도봉동 모모책방에서 만난 김은주(52)씨는 만면에 여유와 웃음이 가득했다. 나누고 또 나누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더 큰 이유는 작년 12월에 자신의 책방을 꾸며 연 모모책방. 생긴 지 석 달밖에 안됐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예상치를 웃도는 수의 주민들이 찾는 ‘동네 사랑방’이다.
모모책방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빌라와 다세대주택, 단독주택들이 밀집한 전형적인 주택가에 있는데다, 길보다 낮은 지층에 자리를 잡았다. 입에서 입으로 알려지는 공간인 만큼, 간판은 사실상 액세서리다.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자 다른 세상이 열린다. 76㎡ 공간에 서가, 독서 모임을 하거나 수다를 떨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거실이 깔끔하게 꾸며졌다. 월세를 놓으면 월 80만원의 수익은 올릴 수 있는 곳이지만, 애초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다. 야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도시재생을 이뤄내 보겠다며 달려들어 만든 책방이다. ‘모모’는 ‘모조리 모이다’의 그의 바람을 담은 이름. 1층에는 김씨와 남편이, 2층에는 동생 김은진(47)씨 가족이 살고 있다.
한 지붕 아래 동생 가족과 지내며, 또 그 공간이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이용됐으면 하는 바람은 10년 전 도봉구로 이사오면서 시작됐다. 평소 ‘도시재생’에 관심 갖고 있던 그였는데, “한 동네에 살아도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사는 듯한 동네 이웃들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이 오랜 바람은 작년 8월 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시50플러스 재단에서 주관한 공모전을 통해 실현됐다. 사업에 선정되면서 책방을 꾸미는 데 드는 비용 약 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반지하이긴 하지만 사적 공간을 내놓는 대신, 책방 인테리어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LH로부터 지원받은 것이다. 김씨는 “집을 구입할 때부터 이런 공간을 염두에 두고 위치와 구조를 꼼꼼하게 따졌다”며 “마을 사람들이 다 모일 수만 있다면 책방뿐만 아니라, 집 전체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책방이 전부는 아닐 터. ‘공동체를 회복하고 그를 통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무엇이 좋을까.’ 사전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동네 미장원이 담당하는 ‘수다의 아지트’ 기능”을 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하지만 그는 ‘수다 이상의 수다’를 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하다 책방을 냈다.
동생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책방은 자매의 꿈이 실현된 곳이기도 한다. 김씨는 대학원에서 심리치료를 전공 중인 웰다잉강사이자 애도상담사로 활동하고 있고, 공동체 회복을 위해 뛰고 있는 동생은 마을운동가다. 자매는 모모책방에서 책을 팔면서 다양한 책방 프로그램으로 영어 공부, 독서 모임도 갖는 ‘북 큐레이터’의 역할도 한다. 이를 통해 모모책방이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사람 사는 맛을 내는 동네 명물로 자리잡으면서 그는 요즘 주변에서 견제 아닌 견제를 받고 있다.
“나도 책방 열어야겠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사는 게 진짜 사람 사는 맛이라는 걸 새삼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죠.”
모모책방에서 행복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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