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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원 휴원 필수” 사실상 강제...학원은 “학부모가 열어 달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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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원 휴원 필수” 사실상 강제...학원은 “학부모가 열어 달라는데”

입력
2020.03.07 01: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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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놀고 있는 거 보기 힘들었는데,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중ㆍ고생 대상 수학 전문학원을 운영하는 원장 A씨는 일주일 휴원 후 지난 2일 학원 문을 다시 열면서, 학부모들로부터 이런 ‘감사 문자’를 받았다. 그는 “특히 고3 수험생 어머님들이 정상 운영해달라는 요구를 정말 많이 하셨다”며 “지금 신종 코로나로 학원에 오지 않는 학생은 300여명 중 15명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생들이 학원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생들이 학원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고영권 기자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3주라는 초유의 개학연기를 단행하면서 학원들에도 휴원을 강력히 권고했지만, 이번 주부터 다시 문을 여는 학원들이 대거 늘고 있다. 교육당국이 “학원 휴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희연 서울시교육감)”라며 사실상 강제했음에도 불구, 그 발언의 효과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모양새다. 학생, 학부모의 요구가 크다는 게 주된 이유다.

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로 인해 현재(5일 오후 2시 기준) 문을 닫은 학원은 서울시내 2만5,234곳 중 8,626곳으로, 34.2%에 불과했다. 특히 ‘대치동 학원가’가 자리한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관할 학원의 휴원 비율이 24.44%로 가장 낮았고, ‘목동 학원가’가 위치한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관할 학원의 휴원율이 27.31%로 뒤를 이었다. 신종 코로나에도 대치동과 목동 학원가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우려가 현실로 확인된 셈이다.

학원 측은 입김 센 학부모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종합학원 원장은 “직장 다니는 어머니 중 한 분은 휴원을 한다고 하니 ‘수업을 안 하면 학원에서 자습이라도 하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며 “학교도, 학원도 안 가고 그렇다고 다 큰 아이들을 집에만 묶어둘 수도 없어 불안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이 학원도 지난 2일부터 수업을 재개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학원 건물에 안전을 강조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학원 건물에 안전을 강조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무엇보다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등원 요구가 더 강하다. 메가스터디교육 산하 12개 재수생 대상 통학학원도 일주일 휴원을 끝으로, 지난 2일 개강했다. 메가스터디교육에 따르면 개강 첫날 학생 등원율은 90.8%에 달했다.

모든 학원 문을 강제로 닫지 않는 이상, 장기간 휴원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당국의 ‘휴원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일 뿐, 현행 학원법상 학원은 이를 따를 의무가 없다.

A씨는 “학생이 급하면 (문을 연) 다른 학원 쪽으로 가버릴 수 있다 보니 학원들 간에 휴원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또 스터디카페나 과외 등도 다 같이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면 쉬는 학원 입장에서만 억울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휴원율이 저조하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장관회의서 “다음주까지가 추가 확산을 막는 골든타임”이라며 학원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인 3월 둘째주(9~13일)에 영업하는 학원에 대해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다중이용시설 지침과 방역 상태를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지만, 위반 사항이 있어도 별도의 행정 조치를 할 수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교육부 관계자도 “마스크를 잘 쓰고 있는지, 학생간 간격을 잘 유지하는지 등 기존 단속을 강화한다는 의미”라며 “벌점이나 과태료 등 강제 조치는 부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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