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동연 전 시장이 나 보고 양산을 오면 선거 책임지겠다고 했다” 폭로
“경남지사 때부터 나 시장 요청도 거절한 적 없는데” 배신감 토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자신이 고향을 떠나 양산을에 출마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 나동연 전 양산시장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서 해당 지역구 추가 공모를 통해 나 전 시장을 후보로 공천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는 상황을 두고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당해보는데 이번 선거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잘못된 정치 행태는 바로 잡아야겠다”며 “나 전 시장의 경우를 겪어보니 이제는 사람이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고향을 떠나 경남 험지인 양산을로 선거구를 옮길 때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은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밀양으로 내려와 강권한 탓도 있지만, 지난 1월 초부터 나 전 시장이 일주일에 두세 차례 양산을로 오면 선거를 책임지겠다고 계속 출마요청을 해왔기 때문에 그를 믿고 내려온 것”이라 배경을 밝혔다.
이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산대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매일같이 사무실을 찾아와 선거대책을 의논하던 나 전 시장이 사흘 전부터 갑자기 오지 않았고, 곧이어 양산을 추가공모가 당 홈페이지에 떠 알아보니 공관위에서 나 전 시장에게 연락해 추가공모에 응하라고 설득한다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관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나 전 시장은 저와의 관계를 고려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며 응모 거부를 계속 했으나, 양산시장 보궐선거가 없을 것으로 보이자 국회의원 출마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이 내게 전화해 나 전 시장을 추가공모에 응하도록 설득하지 않으면 나를 컷오프 시키겠다며 경선을 하라고 하기에 그에 따라 양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홍 전 대표는 “나 전 시장은 애초부터 양산시장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선고되면 시장 출마를 하겠다고 시민들에게 늘 공언해왔고 저에게 대법원에 부탁해달라고도 했으며, 페이스북에 선고 지연의 부당성을 써달라고 해 세 번이나 내가 글을 썼고 기사화 됐다”며 “그럼에도 대법원 선고가 없을 것으로 보이자 느닷없이 국회의원 출마로 급선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아울러 “나 전 시장의 이런 행적이 밝혀지면 양산을은 김 의원에게 바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더 이상 그간의 경위를 밝히지 않으면 제가 오히려 사리사욕만 채우는 정치인으로 비칠 수 있어 부득이하게 밝힐 수 밖에 없음을 공관위에서는 양해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 전 대표는 이후 잇달아 나 전 시장과의 그간 관계를 밝히는 글을 올려 섭섭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나 전 시장은 제가 경남지사 시절에 양산시장으로 만나 8년 동안 호형호제해온 사이”라며 “경남지사 시절 양산에 대해서는 나 전 시장의 요청을 거절한 일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양산의 도시철도 보조금, 가산ㆍ석계 산단 유치, 비즈니스센터 건립 등을 도와줬다며 “수시로 찾아와 도지사 포괄사업비도 수십억씩 받아갔다”고 밝혔다. 또 “당 대표를 하면서 낙선한 나 전 시장을 양산을 당협위원장도 시켜줬고, 국회의원 출마를 수차례 종용했지만 그는 ‘나이 60살 넘어 무슨 초선 국회의원이냐’고 반문하며 곧 있을 양산시장 보궐선거에 나가겠다고 저보고 ‘양산을에 와서 김 의원과 붙으면 선거대책본부장으로 꼭 당선시키겠다’고도 했다”라고 토로했다.
홍 전 대표는 “오래 전 서울 중구 민주당 공천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이 대립하는 것을 본 일은 있으나 양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 했다”며 “경선이 실시되면 해야 하겠지만 참 가슴이 아프고 사람이 이제 무서워진다”고 재차 심경을 드러냈다.
통합당 공관위는 2일 홍 전 대표가 공천을 신청한 경남 양산을 지역구에 4ㆍ15 총선 후보자를 추가공모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당 공관위가 나 전 시장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홍 전 대표를 사실상 공천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에서는 홍 전 대표에게 서울 강북 험지 출마를 요구했으나 그는 경남의 험지라며 고향인 밀양에서 양산으로 옮겨 공천 면접을 본 바 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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