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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성득 UCLA 교수 “신천지 토양은 개신교 대형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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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성득 UCLA 교수 “신천지 토양은 개신교 대형 교회”

입력
2020.03.02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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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훈은 美 기독교 우파와 트럼프 손 잡는 것을 벤치마킹” 


최근 '한국 기독교 형성사'를 펴낸 옥성득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1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개신교 1세대의 기독교 토착화 노력 관련 유산 발굴은 현재 한국 교회가 다양한 사회적, 종교적 문제에 활발히 참여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옥성득 제공
최근 '한국 기독교 형성사'를 펴낸 옥성득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1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개신교 1세대의 기독교 토착화 노력 관련 유산 발굴은 현재 한국 교회가 다양한 사회적, 종교적 문제에 활발히 참여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옥성득 제공

“국내 대형 개신교 교회와 신천지(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간 차별성이 적다는 게 문제입니다. 전도와 행동을 내세우는, 대형 교회라는 토양이 있었기 때문에 신천지가 배태될 수 있었을 겁니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한국 근대사ㆍ종교사를 가르치고 있는 옥성득(61) 한국기독교학 석좌교수는 1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신천지를 “개신교 토양에서 나온 새 품종”이라고 규정했다. 신천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집단 감염 진원지로 지목되고, 개신교계가 이단이라며 맹폭을 가하는 상황에서 내놓은 진단이다.

옥 교수가 보기에 최근 10년간 신천지의 급성장은 국내 대형 교회 성장 전략을 고스란히 따라 한 결과다. “중국 정부가 우한(武漢)에서 기독교를 탄압하는 바람에 코로나19가 유행했다는 일부 보수 개신교 측의 해석이나, 신천지 성장을 방해하기 위해 마귀가 코로나19로 시험하고 있다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의 주장”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옥 교수는 “개신교든 신천지든 근본주의 집단은 적을 만들어 공격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며 “개신교는 중국이나 공산주의를, 신천지는 마귀를 코로나19와 연결시키는 게 다를 뿐, 배제와 혐오의 언어는 동원해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것에선 똑같다”고 지적했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를 이끌며 대규모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가 이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이만희 총회장이 숨어 있다면, 전광훈 목사는 나서서 질병과 거짓을 퍼뜨린다”며 “미국 우파 기독교가 트럼프와 손잡는 걸 보고 벤치마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옥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때 구원파나 코로나19 때 신천지나 한국 개신교에 책임이 없다 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형 교회들이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막기 위해 주일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기로 한 가운데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설교와 중계를 위한 최소 인원만 참석한 채 주일 예배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교회들이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막기 위해 주일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기로 한 가운데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설교와 중계를 위한 최소 인원만 참석한 채 주일 예배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주일 예배를 둘러싼 논란도 그랬다. 정부의 적극적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형 교회들은 막판까지 주일 예배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옥 교수는 △전도와 외적 성장에 치중하는 물량적 성장주의 △고비 때마다 주일 예배 중단을 감내한 한국 개신교 역사에 대한 몰이해 △민족과 사회를 위하는 공공성보다 교회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폐쇄적 집단 이기주의 등이 원인이라 했다.

마침 101주년을 맞은 3ㆍ1절이 한 예다. 그는 “주일 예배에 꼭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1919년 3월 1일 만세 시위 직후인 2일 주부터 ‘민족 독립’이라는 공의를 위해 주일 예배를 희생한 경험을 한국 교회는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런 만큼 옥 교수가 보기에 코로나19 사태는 신천지만이 아닌, 개신교계의 위기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도 1995년 옴진리교 사건 뒤 종교 혐오증이 커진 것처럼 한국에서도 신천지뿐 아니라 제도권 종교 전반에 대한 혐오나 무관심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특히 전도와 행동을 강조해 온 개신교 대형 교회들이 눈에 띄게 퇴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 “이제 많은 사람이 모이면 힘이 있는 게 아니라 위험합니다. 작은 공동체 교회를 향한 열망이 커질 겁니다. 외모와 언변이 뛰어난 오락형 목사보다 건강한 목회자가 중요해질 거예요.”


그간 한국 개신교 문제를 천착해 온 옥 교수는 때마침 ‘한국 기독교 형성사’라는 책을 펴낸 참이었다. 자신의 영문 저작을 직접 번역한 것으로, 영문판은 2013년 발간 당시 미국 기독교 서평지 ‘북스 앤 컬처’ 편집장 선정 최우수작으로 뽑히기도 했다. 한국어판에는 그 뒤 연구 성과도 녹여냈다.

한국의 초기 기독교 모습을 추적한 이 책을 통해 옥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배타적 보수성은 왜곡된 전통이고, 포용적이고 자유로운 태도가 본래 주류였음”을 드러내고 싶었다.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인용해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 했다. 옥 교수가 보기에 이 말은 한국 개신교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 개신교 1세대, 그러니까 1910년까지 한국 개신교는 한국적 독특성과 세계적 보편성이 만나 형성된 아주 새로운 공동체였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야 합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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