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내 정보 어떻게 알았어? 이렇게 사람 뒷조사해서 사생활 캐도 되는 거야!”
서울에 사는 신천지예수교 신자 A씨는 지난달 26일 걸려온 구청 전화에 길길이 화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 신천지 신자들을 중심으로 확산하자 서울시가 관내 신천지 신자의 의심증상 유무를 조사하기 위해 건 전화였다. A씨는 구청 측이 자신의 신앙과 연락처를 알았다는 사실에 격분해 “내가 왜 대답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끝내 응답을 거부한 채 전화를 끊었다.
서울시가 26일부터 이틀 동안 25개 구청 단위로 신천지 신자에 대한 1차 전수조사를 마쳤다. 하지만 방문이 아닌 전화 통화 형태로 진행된 조사에서 A씨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신자들 때문에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신천지가 보건당국에 제출한 신자 명단을 토대로 조사에 나섰던 각 구청 관계자들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 같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서울시에 따르면, 1차 조사 기간 동안 서울 거주 신자 2만8,317명 중 2만6,765명(95%)은 조사에 응했지만 1,485명은 통화에 실패했고 68명은 조사를 거부했다.
전화를 받은 신천지 신자 중에는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B구청 관계자는 “몇몇 분들이 직원을 고소하겠다고 불같이 화를 내는 바람에 수차례 설득해가며 문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명단에는 20대 신자들도 많았는데, 만약 자신이 신천지인 사실이 (신자가 아닌) 가족들에게 알려질 경우 목숨을 끊을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신천지 신자들이 방역에 비협조적으로 나온 한 신천지발(發) 신종 코로나 확산을 완벽히 막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증상 유무와 대구ㆍ경북 등 위험지역 방문 여부 및 동선 파악 모두가 조사 대상자의 진술에 근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D구청 측은 “전화 조사에서 거짓 응답을 하다 추후에 밝혀지면 처벌이 가능하지만 사전에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서울시가 추가로 확보한 신천지 교육생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29일까지 교육생 9,689명과 1차 조사 누락자 1,550여명에 대해 이뤄진 2차 조사에서 428명은 조사를 거부했고 1,685명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 않거나 응답을 거부한 신자들은 관할 동 주민센터와 경찰이 주소지를 찾아 추가 조사를 시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이 현장 조사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은 불가능하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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