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대응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조기 종식과 이어질 경제적 후유증 예방을 위한 예산ㆍ입법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대표는 “우한 코로나는 인재(人災)”라며 정부 대응을 실패로 규정하며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부터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찾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교안 통합당 대표,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만나 “국민안전과 경제 모두 아주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국회 차원의 예산ㆍ입법 지원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가 아닌 국회에서 여야 대표들과 회동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하다는 판단에 따라 초당적인 협력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핵심은 속도라고 생각한다”며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부터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긴급 추경을 편성해 최대한 빨리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비상 상황인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거듭 말했다.
야당 대표들은 정부 대응 문제점부터 조목조목 지적했다. 황교안 대표는 특히 “지금 위기는 정부 대응 실패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인 입국 전면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황 대표는 또 “대통령과 총리 등 정권 전체가 너무 안일하고 성급했다”며 “도대체 무슨 근거로 머잖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낙관론이 방역 태세를 느슨하게 했고, 그 결과 일상으로 돌아간 국민들이 대거 감염 위기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스크 한 장 제대로 손에 넣지 못한 채 국민들은 그저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됐다”며 “그러고도 여전히 남 탓, 책임 뒤집어 씌우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홍익표 전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대구 봉쇄’ 발언 등을 언급하며 “정부ㆍ여권 인사들의 릴레이 망언은 국민 분노와 박탈감을 증폭시켰다”며 “이게 인재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인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는 깊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합니다”라며 “그것이 대한민국 국정수반으로 최소한의 도리이자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요구했다. 또 “무능과 무책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요구했다. 황 대표는 “전문가ㆍ현장형 인재를 즉각 투입하라”며 “청문절차를 포함한 모든 인사 절차를 국회차원에서 일거에 밟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은 협조와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예비비든 추경이든 모두 선제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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