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ㆍ의뢰 없어도 선제적 대응
검찰, 고발인 조사 등 수사 본격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역학조사 방해 등 불법행위는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없어도 강제수사에 착수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사실상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겨냥한 지시다. 검찰은 신천지 피해자들의 고발장을 접수한 지 하루 만에 고발인 조사에 나서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
법무부는 이날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 대한 의도적이거나 조직적인 거부ㆍ방해ㆍ회피 등 불법을 저지른 사례가 발생하면 관계 기관의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없더라도 경찰과 보건당국, 지방자치단체 등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압수수색을 비롯한 즉각적인 강제수사에 착수하라”는 추 장관의 특별지시를 대검찰청을 통해 전국 검찰청에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에 신속ㆍ엄정 대응하라고 지시한 데 이은 보다 구체적인 후속 지시다. 추 장관은 아울러 마스크 등 보건용품에 대한 유통업자의 △대량 무자료거래 △매점매석 △판매 빙자 사기 등 교란 행위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도 내세웠다.
법무부는 추 장관의 지시에 대해 “신종 코로나가 폭발적 확산 직전 단계까지 와있다는 판단에 따라, 통상대로 관계 당국의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기다리지 말고 파악된 단서가 있으면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연히 범죄혐의가 성립하는 경우에 국한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무부는 이날 고강도 수사 주문 배경으로 △감염원과 감염경로 파악 및 감염 확산 방지에 필수적인 신자 명단이 정확하게 제출되지 않은 점 △접촉 동선 허위 진술 △감염원으로 의심되는 본부, 집회장, 전도ㆍ교육시설 등의 위치정보 불완전한 공개 △마스크 등 보건용품의 무자료거래ㆍ매점매석 등을 통한 부당한 폭리 행위 등을 거론했다.
특히, 이번 지시는 지역사회 집단 감염을 유발한 신천지의 불법행위를 타깃 삼은 것으로 해석된다. 신천지는 방역당국에 전체 신자 명단을 제출했으나 지자체 등에서 일부가 누락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신자들이 역학조사에서 소속 단체를 숨기거나 동선 등과 관련해 허위 진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대구시는 제출된 명단에서 신자 1,983명이 누락된 정황 등을 들어 신천지 대구교회 책임자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도 속전속결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가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89) 총회장을 고발한 사건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박승대)에 배당됐다. 형사6부는 옛 수원지검 특수부로, 직접수사 사건을 주로 맡는 부서다. 고발인 조사도 검찰 측 요청에 의해 고발장 접수 하루 만인 이날 이뤄졌다. 검찰에선 신천지 측이 유력 정치인들에게 30억원 상당의 금품을 뿌렸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도 진행했다고 한다. 전피연은 이 같은 고발 내용의 근거로 탈퇴 신도의 증언 등을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횡령 혐의로 고발당하면서 이미 출국 금지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검은 전날 전국 검찰청에 ‘코로나19 관련 사건 엄단 지시 및 사건처리 기준 등 전파’ 공문을 보내 방역당국에 대한 비협조나 보건용품 관련 범행 등에 엄정 대처를 지시한 바 있다. 방역 정책을 방해하거나 조직적ㆍ계획적으로 역학 조사를 거부할 경우엔 구속수사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한편 이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회동에서 “이만희 총회장 등 신천지 교단 책임자에 대한 강제수사, 압수수색 등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교인 감염 원인과 경로를 조속히 차단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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