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현금결제만 가능” 배짱
일본산 맥주 끼워팔기 ‘눈총’
“어제부터 기다렸는데 오늘도 없어요.”
28일 오후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서울 성동구 일대를 돌아다닌 김성희(43)씨는 또 허탕만 쳤다. 이틀 연속이다. 집 근처 약국, 대형마트, 우체국에서는 “아직 안 들어왔다” “언제 들어올 지 우리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씨는 “이럴 거면 뉴스에 내보내지나 말 것이지”라고 혀를 찼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품귀현상을 빚는 마스크를 이날부터 대량으로 푼다고 했지만 시중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웠다. 연달아 헛걸음을 한 시민들의 아우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도심 지역에서 ‘공적 마스크’ 판매처는 주로 약국이다. 정부는 120만개의 마스크를 전국 약국에서 판매한다고 밝혔지만 서울 중구, 종로구, 성동구의 약국 30곳을 확인한 결과 공적 마스크는 단 3곳에서만 판매됐다. 그나마 3개씩 묶여 있는 제품 25개만 공급됐다. 한 명이 구입 가능한 마스크는 고작 3개다. 약국마다 3개 묶음이 6,000~7,500원으로 가격은 들쭉날쭉했지만 시중가에 비하면 저렴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구입하는데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고 배짱을 부리기도 했다. 가격도 공적 마스크보다 비싼 개당 3,500~4,000원짜리 제품만 내놨다.
품귀현상이 심하다 보니 마스크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긴 줄이 생겼다. 매일 1인당 10개에 한해 마스크를 판매 중인 이마트의 한 매장 관계자는 “개장 3시간 전인 오전 7시에는 나와서 줄을 서야 구매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전날부터 공적 마스크를 판매한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 앞에는 이날도 오전 10시 개장 전부터 우산을 쓴 긴 대기 행렬이 늘어졌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이 백화점은 개당 1,000원인 마스크를 한 사람에게 5개씩만 팔았다. 오전 6시부터 줄을 선 이들은 무려 4시간을 기다린 끝에 손에 마스크 5개를 들고 돌아갔다.
일각에서는 시민들의 다급함을 마케팅에 활용해 논란을 빚었다. 한 대형마트는 일본 불매 운동으로 판매가 저조한 일본산 맥주를 구입하면 마스크 한 개를 끼워주는 행사를 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공적 마스크 공급에 맞춰 유통교란 행위를 적발하는 특별단속팀 운영에 들어갔다. 경찰청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사리사욕을 챙기는 행위를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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