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이 영사 업무를 일시 중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이유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직까지 한국인 입국을 막지 않고 있다.
28일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지를 통해 ‘27일 오후 여의도 보건소의 코로나19 확진 환자 안내문에 따라서, 감염 예방 및 상호 안전을 위해 28일부터 일시적으로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사관 건물이 위치한 여의도 일대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해 취한 예방 조치라는 것이다. 이어 중단 업무는 비자, 여권 연장, 서류 인증, 기타 영사 및 이민국 관련이라고 명시했다. 긴급 업무를 위한 대사관 핫라인 번호(010-5394-2546)도 올렸다.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은 이를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사회문화비자나 취업비자 등은 발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으나 관광 목적의 30일 무(無)비자나 최대 60일짜리 도착 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여전히 한국인의 입국을 막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도 SNS 공지에 ‘일정이 확정되면 영사 업무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혀둔 상태다.
최근 각국의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잇따르면서 인도네시아 한인 사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공식 발표상 0명이지만, 건강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작은 움직임과 연관된 사건에도 여론이 쏠리면서 두려움을 키우고 있다.
예컨대 16일 인도네시아에 출장 온 50대 한국 여성이 23일 현지 호텔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그렇다. 공교롭게도 이 여성이 남긴 메모에는 1월 22일 중국 다롄(大連)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목에 이물감 약간의 통증’ 등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는 자신의 행적이 날짜 별로 적혀 있다.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이 여성은 사후 검사 결과 코로나19 음성이었고, 사건 이후 그의 가족과 회사 관계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대사관 관계자는 “메모만으로는 극단적 선택의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라며 “현상만 보고 공포를 키우는 분위기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감기를 확대 해석하지 말고, 특히 독신자는 비관하지 말고 주변 사람에게 증상을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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