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당 내줄라” 위기감 팽배… 주류 불가론 불구
외부조직에 맡겨 전략적 연대 등 다양한 시나리오 속출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 이슈가 더불어민주당을 휘감고 있다. 당 지도부는 “검토한 바 없다”고 거듭 선을 긋고 있지만, 백가쟁명식 구상이 당 안팎에서 속출하고 있다.
연기가 계속 피어 오르는 건 21대 국회에서 원내 제1당을 놓칠 위기에 처한 민주당의 처지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민주당이 손 놓고 있다 1당을 내주면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에 타격을 입는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비례대표 정당을 창당하면 정치개혁을 배신하게 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민주당의 모습 자체가 리스크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권에서 거론되는 비례대표 정당 창당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창당을 외부 조직에 맡겨 전략적 연대를 하는 식이 첫 번째다. 민주당 입장에선 ‘우리가 창당한 건 아니지 않느냐’는 책임 회피가 가능하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비례대표 정당 창당 작업이 실제 진행 중이다. 진보 진영 원로 인사들로 구성된 주권자전국회의와 한국YMCA 등은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외부 비례정당의 법적 문제와 관련해 해당 원로 그룹에 자문을 했다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27일 통화에서 “미래한국당 같은 단독 위성 정당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작은 정당들이 연합하는 형태다. 민주당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제안이 오면 검토는 당연히 하지만, 아직 제안이 온 건 아니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날 정봉주 전 의원이 민주당과 독립된 비례대표 정당인 ‘더파란민주당’을 만들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와 정 전 의원이 즉각 부인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이 외부 조직에 편승하면‘꼼수로 실익만 취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치개혁 훼손 시비를 감수하고 비례대표 정당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또 다른 시나리오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최근 ‘당내 청년 조직을 비례대표 정당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외부와의 연대는 시기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유권자들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사과하더라도 당 주도로 창당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27일 현재 이른바 여권 주류는 ‘비례대표 정당 불가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철희 의원은 최근 발간된 ‘창작과비평’ 대담에서 “비례 위성정당은 누가 봐도 ‘꼼수’이고 언젠가는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26일 “선거법을 통과시켰으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선거법을 통과시킬 땐 아무 말 안 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위성정당을 만들자는 건 정치적 명분이 없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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