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동부 레스보스섬에서 26일 난민 수용소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맞서고 있다. 레스보스섬=EPA 연합뉴스

중동ㆍ아프리카와 터키를 거쳐 유입되는 난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그리스에서 ‘난민 갈등’이 또 폭발했다. 급증한 난민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정부가 수용소 신설 방침을 예고하자 주민들이 폭력을 불사하며 격하게 반발한 것. 기존 난민 처리 문제를 놓고도 불신의 골이 깊어진 터라 최근 유럽사회의 우경화 기류와 맞물려 그리스도 난민에 대한 진입 장벽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방송은 25일(현지시간) “얼마 전 그리스 동부 레스보스섬에 대규모 난민수용소 건설하려는 정부 계획이 공개되면서 주민들이 차벽과 인간띠를 앞세워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똥은 인근 사모스ㆍ키오스ㆍ레로스ㆍ코스섬으로 튀었다. 모두 터키 해안과 연결된 불법 난민의 기착지이다. 이날 하루에만 키오스섬 주민 2,000명이 거리로 나서 경찰과 대치했다. 5개 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시위는 난민캠프를 향해 돌을 던지거나 불을 지르는 등 폭력 사태로 번져 지금까지 경찰 52명과 주민 10명이 다쳤다.

새 수용소 건설은 그리스 정부가 이미 유입된 난민들을 해결하려는 목적이 크다. 정부는 신규 캠프를 설치하면 본토 이동을 바라는 난민들의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주민들은 시설이 들어서는 자체만으로도 난민 수가 폭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레스보스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계속 참으라고만 하는 정부의 거짓말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이 정부를 극도로 불신하는 것은 난민 사태가 그리스의 해묵은 숙제이기 때문이다. 2018년에도 레스보스섬에서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난민과 주민들이 거세게 충돌한 바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밀려드는 이주민을 견디다 못한 그리스가 망명 신청이 거부된 이들을 터키로 추방하겠다고 선언해 양국의 신경전이 고조되기도 했다.

내부 갈등과 별개로 그리스의 난민캠프 과밀화 문제는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레스보스섬 모리아 난민캠프만 봐도 적정 수용 인원(2,840명)을 7배 가까이 초과한 1만9,000명이 머물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해 그리스에 체류하는 이주민ㆍ난민 규모는 총 7만4,482명으로 2년 전(3만6,310명)과 비교해 두 배 넘게 급증했다.

때문에 안팎의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 정부가 한층 강경한 난민 정책으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그리스 국방부는 터키와 접한 에개해에 2.7㎞ 길이의 수상 장벽ㆍ그물망을 설치하는 프로젝트 입찰 공고를 내기도 했다. BBC는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로 넘어 오는 난민의 ‘해상루트’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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