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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마스크 공적판매… 어제는 오늘부터, 오늘은 내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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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마스크 공적판매… 어제는 오늘부터, 오늘은 내일부터?

입력
2020.02.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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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정부가 약국, 농협, 우체국을 공적판매처로 지정해 마스크를 공급할 것으로 예고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소재 약국에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정부가 약국, 농협, 우체국을 공적판매처로 지정해 마스크를 공급할 것으로 예고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소재 약국에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호 기자
27일 오전 서울 용산 우체국에 마스크를 구매하러온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우체국은 내달 2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대구·청도와 공급 여건이 취약한 읍·면 지역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류효진 기자
27일 오전 서울 용산 우체국에 마스크를 구매하러온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우체국은 내달 2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대구·청도와 공급 여건이 취약한 읍·면 지역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류효진 기자

정부가 27일부터 우체국, 농협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에선 마스크를 살 수 없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6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대응책 브리핑에서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 수급 조정조치’가 이날 0시부터 시행됐다고 발표했다. 이 처장은 “실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내일(27일) 목요일부터가 될 것”이라며 “일반 소비자 구매를 위해 우체국, 농협 및 약국 등을 통하여 매일매일 350만장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27일 공적 판매처에 공급된 마스크는 없었다. 마스크 물량이 사전에 확보되지 않았는데도 정부는 ‘구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속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의 내용을 보면 정부는 계약업체를 지정해줄 뿐, 농협·우정사업본부·약국 등이 마스크 생산 및 도매업체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후 제품을 공급받도록 되어 있다. 26일 긴급조치가 시행됐다 하더라도 실제 계약을 체결하고 마스크를 유통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은 뻔했다.

27일 오전 접속한 우체국 쇼핑몰(왼쪽)과 농협몰(오른쪽)의 화면. 각사 홈페이지 캡처
27일 오전 접속한 우체국 쇼핑몰(왼쪽)과 농협몰(오른쪽)의 화면. 각사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약국, 농협, 우체국을 공적판매처로 지정해 마스크를 공급할 것으로 예고된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소재 약국에 약사가 지역 약사회에서 받은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정부가 약국, 농협, 우체국을 공적판매처로 지정해 마스크를 공급할 것으로 예고된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소재 약국에 약사가 지역 약사회에서 받은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이한호 기자

현장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공식 발표 때문에 소비자와 현장 근로자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공적 판매처로 지정된 농협몰의 경우 이날 오전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대기 시간이 50분을 넘기기도 했다. 접속이 된 이들도 마스크 확보가 안 됐다는 안내문을 보고 허탈해 했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에서 (조기 판매 개시를) 밀어붙였지만 애초부터 무리한 요구였다”고 토로했다. 이어 “업체 목록을 주고 알아서 연락해 계약하라고 하는데, 빨라야 다음주 중이나 공급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선 약국도 마스크 공급을 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시내 일부 약국은 공적 판매 물량이 아직 입고되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안내문에 적어 붙여놓기도 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40명 정도의 손님들이 마스크를 사러 왔다가 돌아갔다”고 전했다. 마스크는커녕 손소독제도 공급이 끊겨 궁여지책으로 직접 만든 소독제를 손님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약국도 있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 관련 긴급 합동브리핑을 마치고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 관련 긴급 합동브리핑을 마치고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는 27일 추가 브리핑을 통해 내일(28일)부터 마스크 공적 판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정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내일부터 우선 120만장이 전국 약국을 통해 직접 판매되며 이 중 23만장은 대구 경북지역에 우선적으로 공급된다”고 밝혔다. 또 “서울 경기를 제외한 약 1,900개의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도 1일 55만장, 점포당 약 300개가 공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한번 신뢰를 잃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당장 홍 부총리의 브리핑에 앞서 대한약사회는 “정부는 이번 수급조치가 26일부터 시행되어 빠르면 27일 오후부터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만, 132개의 생산업체와의 공급계약, 제품검수, 납품, 배송 절차 및 대구·경북지역 우선 공급 등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약국 공급은 3월 초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회원들에게 보냈다. 성난 민심을 진화하기에만 급급해 현실을 외면한 결과는 더 큰 혼란뿐이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2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편의점은 마스크 공적 판매처로 선정되지 않아 공급가능한 마스크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류효진 기자
2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편의점은 마스크 공적 판매처로 선정되지 않아 공급가능한 마스크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류효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1,600명에 육박한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기성품 손소독제를 구할 수 없어 직접 제조해 손님 및 학생들에게 나눠줬다면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한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1,600명에 육박한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기성품 손소독제를 구할 수 없어 직접 제조해 손님 및 학생들에게 나눠줬다면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한호 기자
약사가 직접 제조해 약국에 비치한 손소독제 병에 성분을 표기한 레이블이 붙어 있다. 이한호 기자
약사가 직접 제조해 약국에 비치한 손소독제 병에 성분을 표기한 레이블이 붙어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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