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구직 중인 박모(28)씨는 최근 ‘취업 시간표’가 완전히 꼬여 버렸다. 코로나 사태로 아르바이트와 시험 일정에 모두 차질이 생긴 탓이다. 박씨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서울 마포구의 한 공연장은 2, 3월 공연을 줄줄이 취소해 더 이상 박씨를 고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매년 4월쯤 열렸던 채용 시험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박씨는 “3월까지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은 뒤 3, 4월 채용 시즌을 견딜 예정이었다”며 “지금은 돈벌이도 채용도 모두 불안정한 상황이 돼버렸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며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각종 시험ㆍ채용 일정 연기로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편안하게 공부할 공간 또한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대다수 기업들이 채용 조건으로 내거는 토익(TOEIC) 영어능력시험이 고민거리다. YBM 한국토익위원회는 29일로 예정돼 있던 토익 시험을 지난 26일 취소했다. 이후 시험은 다음달 15일 치러지고, 결과는 11일 후에야 나온다. 통상 기업 상반기 채용이 3월 말부터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취준생들은 토익 점수를 제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26)씨는 “이미 3월로 마감이 예정돼 있는 한 기업 채용에 서류를 못 내게 됐다”며 “다음 달 15일에 있을 시험 결과만이라도 빨리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이 신종 코로나에 따른 시험 연기를 보는 속내도 복잡하다. 인사혁신처는 29일 예정돼 있던 2020년 국가공무원 5급 공채시험 등을 4월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구체적 시험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대전시에 거주하는 이모(25)씨는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이 줄은 건 다행”이라면서도 “막바지 준비를 위해 3달 전부터 서울 고시반에 올라와 공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미뤄져 허탈하다”고 말했다. 또 “시험 날짜가 언제 결정될지 몰라 다음 스케줄을 짜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학과 지역 도서관 운영이 중단 및 축소되면서 시험 공부나 자기소개서 준비를 할 장소도 마땅찮다. 성균관대는 다음달 22일까지 도서관 운영을 잠정 중단했고,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는 이용시간을 축소했다. 전국 공공도서관도 대체로 휴관에 나선 상태다. 종로구 성균관대에 다니는 김모(29)씨는 “카페에 가기엔 비용이 부담돼 하루 종일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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