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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제도 20년을 맞아

입력
2020.02.28 04: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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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의 사회재통합의 어려움은 대부분 재범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상 공개 대상과 방식의 무분별한 확대는 우리 사회가 다시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범죄자의 사회재통합의 어려움은 대부분 재범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상 공개 대상과 방식의 무분별한 확대는 우리 사회가 다시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제도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1월 한 지상파 방송의 시사고발프로그램에서 ‘엽기토끼 살인사건’이라고 불리는 장기 미제사건을 다룬 직후, 시청자와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한 네티즌이 용의자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성범죄자 알림e에 대거 몰리면서 접속 폭주 사태가 벌어졌다. 이어 성범죄자 알림e의 복잡한 인증 절차와 장시간 대기시간으로 인한 불편함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제도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또한, 올해 상반기부터 신청자에 한해 성범죄자 우편고지를 문자 또는 SNS로 받아 볼 수 있는 ‘모바일 고지제도’ 시행이 예정되어 있고, 이 경우 우편보다 더 손쉽게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할 가능성이 커져 이에 대한 불리한 점이 지적됨에 따라 정보공유 금지 조항을 완화해달라는 취지의 국민청원이 제기되었고, 관련 개정안도 나와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신상정보공개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그사이 이 제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관할경찰서에 방문하여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하는 제한적 공개제도가 한동안 시행되면서 일시적 후퇴는 있었지만, 대체로 지난 20년 동안 신상정보공개제도 변화의 특징은 ‘강화’와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망(성범죄자 알림e)을 통한 공개방식 도입(2010년), 우편고지 방식 추가(2011년), 공개기간 연장, 성인대상 성범죄자로 확대, 공개 대상 범죄 확대, 공개되는 신상정보 확대 및 상세화, 법 시행 이전 범죄자로의 소급 적용 등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제도의 실효성과는 무관하게 2000년대 중반 이후 연이어 발생한 심각한 아동 대상 성폭력과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의 지지와 압력에 대한 반응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더 많은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더 자세하고 더 많은 신상정보를,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만들어졌으나, 정작 인터넷 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한 성범죄자 알림e 접속자 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반면, 피해자, 19세 이상 성인자녀를 둔 세대주, 그리고 여성 1인가구주는 우편고지 대상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법원에서 신상 공개 명령을 선고 받는 성범죄자 수 자체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에 국한해서 살펴보면, 등록대상자는 2013년 2,709명에서 2017년 3,195명으로 증가하였으나, 이 중 공개 대상자 비율은 2013년 43.4%에서 2017년 9.7%로 급감하였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들은 예전처럼 여론을 통해 제기되는 파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땜질식 제도 개선 방식에서 벗어나 애초에 신상 정보 공개 제도를 도입하게 된 목적이 무엇이었으며, 과연 현재의 제도가 도입 목적에 부합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중심에 놓고 제도 전반에 대해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신상 정보 공개 제도가 성범죄 예방과 시민의 안전이라는 가치를 우위에 두고 있기 때문에 시행되고 있지만, 전자감독이나 성충동약물치료와 달리 성범죄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큰 제도라는 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대판 주홍글씨라는 비판적 견해에서 알 수 있듯이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는 이사, 가족과의 격리, 직장의 이직과 퇴직, 강한 심리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사회재통합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신상이 공개된 범죄자뿐만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들 특히, 자녀 역시 사회적 낙인, 따돌림, 괴롭힘 등의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범죄자의 사회재통합의 어려움은 대부분 재범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상 공개 대상과 방식의 무분별한 확대는 우리 사회가 다시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범죄예방 및 수사에 활용할 목적으로 신상 정보 등록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많지만, 수집한 등록 정보를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는 적극적 공개 방식을 도입한 나라는 미국과 우리나라뿐이다.

또한, 미국은 대부분 주에서 재범 위험성 평가에 기초해 위험성이 매우 높은 성범죄자에 한정하여 신상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위험한 범죄자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위험 수준이 낮은 범죄자들은 신상정보를 등록하게 하여 관리함으로써 이들의 사회재통합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재범위험성에 기초한 신상 공개 대상자의 엄격한 선별은 향후 제도의 재설계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측면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신상 공개 제도가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지역주민에게 신상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주변의 잠재적 위험요소의 존재를 알려주고 주민 스스로가 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목적으로 시행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단지 주변에 살고 있는 성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서 벗어나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 제공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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