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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밍고 성희롱 의혹 사과에도 ‘진정성 없다’ 비판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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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밍고 성희롱 의혹 사과에도 ‘진정성 없다’ 비판 이어져

입력
2020.02.2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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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테너 가수 플라시도 도밍고가 러시아 모스카바에서 공연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테너 가수 플라시도 도밍고가 러시아 모스카바에서 공연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9)가 자신을 성희롱 혐의고 고소한 여성들에게 사과했다고 로이터, AP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성폭력 의혹에 대해 그가 수개월간 부인해온 데다 이 문제를 조사해온 미국오페라노조(AGMA)에 입막음용으로 거액을 기부하려 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여론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도밍고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나는 용기를 내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하게 느끼게 된 이 여성들을 존중한다”면서 “그들에게 내가 끼친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무려 36명 이상의 성악가, 무용수, 음악가, 가창교사, 무대 뒤 스태프 등이 지난 30여년간 도밍고의 부적절한 행위를 목격하거나 피해를 경험했다고 고발했으나 그는 오랫동안 이를 부인해오다 25일 AGMA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곧바로 사과문을 냈다. 지난해 9월부터 이뤄진 조사는 전직 연방검사 출신 변호사가 맡았다. 조합은 이날 “도밍고가 작업 현장의 안팎에서 추행부터 성적 접근까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결론내렸다”면서 “많은 목격자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좀 더 빨리 이를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도밍고는 “이제 여성들의 공포를 이해하게 됐다”면서 “결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누구라도 그런 공포를 느끼게 되면 안 된다. 누군가 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오페라 산업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책임을 받아들이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8월 AP통신이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도밍고의 성희롱 혐의를 제기한 후 현재까지 이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27명에 이른다. 이들은 도밍고가 미국 LA오페라단,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단 감독 등을 지내며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던 시절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도밍고가 사과문을 낸 날 미국 뉴욕타임스는 그가 입막음을 위해 AGMA에 50만 달러(약 6억800만원)을 기부 형식으로 주려 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조사 결과 발표 내용을 줄이는 것으로 논의했지만 내용이 유출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도밍고는 사과문을 낸 뒤에도 공연 일정을 취소하진 않았다.

세계 오페라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도밍고는 1960년대에 데뷔해 60여년간 테너 가수이자 오페라 예술감독으로 활동해왔다. 도밍고의 사과 발표 후 소프라노 가수 루즈 데 알바 루비오는 “그는 이전에 잘못을 부인하다가 희생자인 척했는데 이젠 용서를 구하고 있다”며 “정말로 미안하다면 자신에게 고통 받은 여성을 만나 직접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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