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이탈리아 군인들이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폐쇄된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밀라노=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와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ㆍ대유행)’ 여부를 좌우할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이미 각각 유럽과 중동 신종 코로나 확산의 주범이 돼버린 두 나라는 한국, 일본과 달리 국경을 접한 나라가 많아 역내 전이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외신은 26일 일제히 “이탈리아ㆍ이란이 바이러스 대유행의 글로벌 거점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탈리아는 유럽 대륙의 신종 코로나 진원지로 자리잡았다. 이날 현재 확진 환자는 374명, 사망자는 12명. 엿새 전만 해도 환자는 3명에 불과했다. 스위스, 프랑스 등 인접한 유럽 6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탈리아 체류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이제 유럽연합(EU) 차원에서 ‘국경 폐쇄’를 저울질할 정도다.

당초 북동부 롬바르디아ㆍ베네토주(州)에 집중됐던 환자도 남부 시칠리아주, 중부 토스카나주 등 전역으로 번졌다. 이날 유아(4세) 확진자까지 나왔다. 이탈리아 정부는 북부 11개 도시를 봉쇄 중이며 개학 연기, 축제 취소 등 경제ㆍ문화 분야 기능 역시 점차 마비되고 있다.

전날 스위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에서는 첫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나왔고, 독일·프랑스·스페인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AP통신은 “대부분의 환자가 최근 이탈리아를 방문한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발 바이러스 공포가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EU는 일단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을 준수한다는 입장이다. 유럽 7개국은 25일 로마에서 보건장관회의를 개최한 뒤 “현 시점에서 국경 폐쇄는 부적절하고 비효율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대신 프랑스ㆍ아일랜드는 이탈리아 북부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영국은 여행객들에게 자가 격리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 속도로 볼 때 각국의 개별 대응은 힘이 부치고, 결국 국경 폐쇄가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특히 EU가 단일 경제공동체로 묶인 만큼 사태가 길어질 경우 다른 어느 대륙보다 금전적 연쇄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EU 수출이 활발한 중소기업 수천개가 밀집된 이탈리아 북부 지역이 폐쇄됐다”며 “이런 상호의존성은 전체 유럽 경제의 변수가 되고 나아가 EU의 ‘열린 국경’ 원칙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 테헤란 지하철에서 26일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도 이탈리아의 전파 방식을 빼 닮았다. 이날 기준 이란의 신종 코로나 사망자는 19명, 확진자는 139명이다. 19일 첫 확진ㆍ사망자 발생 후 7일 만에 기록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인근 국가에서 이란을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바레인 26명, 쿠웨이트, 8명, 이라크 4명 등 벌써 40명을 넘겼다는 점이다.

이란은 종교적 이유가 빠른 확산의 매개로 꼽힌다. 이슬람 시아파 성지순례 코스인 중부도시 곰이 진원지다. 이란과 국교를 단절했지만 시아파 인구가 다수인 바레인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것은 ‘성지순례를 통한 전파’를 입증하는 확실한 증거이다.

이탈리아가 EU와 너무 엮여 있는 게 걱정이라면 반대로 이란은 ‘고립’이 신종 코로나 확산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돈줄이 막힌 터라 의료장비가 부족하고 의료체계 수준도 낮아 대처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란의 신종 코로나 치사율은 평균(3% 안팎)보다 5배나 높은 15.8%에 달한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열악한 방역 시스템으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인구 밀도가 높은 인근 국가에서 환자가 폭증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두 나라 공히 부실한 초기 대응이 사태 확산에 한몫 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최초 감염자 추적이 안돼 ‘제로(0번) 환자’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날 “부적절한 관리로 사태를 키웠다”고 실책을 인정했다. 이란은 연일 “안정적 상황 관리”를 외치던 이라즈 하리르치 보관차관마저 확진 판정을 받을 정도로 정보 자체가 불투명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은 사실을 말하라”며 은폐 의혹을 거듭 압박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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