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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절차 줄이려 도입한 전자소송, 악성민원 통로로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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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절차 줄이려 도입한 전자소송, 악성민원 통로로 남용

입력
2020.02.27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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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명이 ‘공동소송’ 50여건 접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소송절차의 편리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전자소송제도가 악성 민원인의 민원제기 통로로 남용되면서 법원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시스템 개선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제도변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원인 A씨는 최근 일주일 사이 법원 전자소송사이트를 통해 총 50여건의 공동소송참가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소송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에서처럼 피해자가 다수인 사건에서 직접 소를 제기하진 않았지만 진행중인 소송에 참여하고자 할 때 한쪽 당사자의 ‘공동소송인’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한 제도다.

문제는 공동소송참가인이 되려면 참가하려는 사건과 이해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A씨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A씨는 공동소송참가 취지 및 이유를 설명하는 신청서에 법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만 30~40쪽 분량으로 써냈다. 건당 30~40쪽 분량을 감안하면 일주일 새 접수한 서류만 최소 1,500여장에 달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사실상 업무가 마비상태에 빠지자 법원 내부 익명게시판에 A씨의 사용자등록을 말소시켜달라는 하소연 글이 올라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민사국은 A씨의 사용자등록 말소 문제를 놓고 지난 20일 행정처에 관련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법원은 이와 함께 내부 회의를 거쳐 행정처에 A씨의 사용자등록 말소 가능 여부도 문의했다. ‘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규칙’은 △사용자등록이 소송지연 등 본래의 용도와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와 △등록사용자에게 소송능력이 없는 경우 등에 한해 사용자등록을 말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행정처는 법원의 문의사항과 관련해 26일 사법지원실과 전산정보국 등 담당 부서에서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다각적인 법리검토가 필요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매년 민사사건의 60~70%가 전자소송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악성 민원으로 인해 전자소송의 취지가 훼손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법원 내부에서는 추가적인 피해가 없도록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정당한 민원이라면 사법발전에 도움이 되겠지만, 악의적인 민원은 도리어 재판업무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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