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 경제제재로 돈줄이 막혔던 이란의 숨통을 더 옥죄고 있다. 단시간 내 확산한 신종 코로나 대응에도 버거운 상황인데 중동 지역 내 고립 우려도 커졌다. 이슬람 시아파의 성지인 종교도시 곰, 마슈하드 등이 이란은 물론 중동 전체 신종 코로나 확산의 진원지로 파악되자 인근 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출입장벽을 높이는 분위기다. 이란 정부는 신종 코로나 상황이 현재 ‘안정적’이라고 밝혔으나 외부에서는 오히려 불투명한 대처로 화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란 당국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기준 신종 코로나 사망자는 15명에 달한다. 앞서 19일 첫 확진ㆍ사망자가 보고된 지 6일만에 급증한 수치다. 특히 확진자 수(95명)를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치사율까지 보여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웃 국가들에서도 이란을 다녀 온 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25일까지 4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바레인 23명, 쿠웨이트, 8명, 이라크 4명, 오만 4명, 레바논 1명 등이다.
이로 인해 중동 내 이란으로 향하는 도로와 하늘길도 빠르게 차단되고 있다. 터키항공에 이어 카타르항공도 26일부터 이란 노선 운항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이란 마슈하드와 시라즈, 이스파한 노선은 잠정 중단하고 도하~테헤란 노선은 주 20회에서 3분의 1(주 7회)로 줄인다. 터키, 이라크, 아르메니아, 파키스탄 등 이란과 맞닿은 국가들은 앞서 국경 봉쇄조치를 취했다.
신속한 대(對) 이란 봉쇄 조치 배경에는 이란의 소극적 대처도 자리한다. 확진자 대부분이 거친 곰과 마슈하드에 있는 모스크 등 종교시설은 여전히 개방된 상태다. 이란 정부는 오히려 폐쇄 조치를 ‘구시대적 방식’이라고 치부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런 상황을 ‘종교와 과학의 갈등’이라고 비유했다. 곰의 사원들을 전 세계 수백만명이 모이는 시아파 자부심이라고 믿는 보수적 종교지도자들이 그 상징성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냥 낙관적이기만 한 이란 정부의 발표도 도마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 대책을 위한 정부 태스크포스(TF)를 이끈 이라즈 하리르치 보건차관은 “국내 상황이 거의 안정적”이라고 밝혔는데 이튿날인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제제재로 부족한 의료용품을 감안하면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데도 현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24일 곰 도시 한 의원은 곰에서만 사망자 수가 50명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해 정부 통계의 신뢰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이란을 향해 “사실을 말하라”며 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중동지역 국가 대부분이 의료체계 등 상황이 불안전하다는 점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원인 라이나 맥인타이어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국경이 접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으로 전파가 걱정된다”면서 “이들 지역은 (방역) 관리가 어려운데다 인구 밀집도도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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