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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만류 뿌리치고, 임신한 아내 두고… 대구 간 공중보건의 2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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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만류 뿌리치고, 임신한 아내 두고… 대구 간 공중보건의 210명

입력
2020.02.27 01: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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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한 김형갑씨 “사회 위한 역할 확인하려”

일부 지역에선 지원자 넘쳐 지원 대기도

“작은 보호복 찢어질까… 감염 조마조마”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된 23일 오후 한 의료진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된 23일 오후 한 의료진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전남 광양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 김형갑(29)씨는 26일 근무지가 아닌 대구로 출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증하고 있는 대구에 파견할 공보의 모집 공고를 보고 주저 없이 손을 들었다는 김씨. 부모님은 “위험한 대구에 꼭 가야겠느냐”고 걱정스럽게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남지역 공보의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 서로 대구에 가겠다고 자원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회를 위한 의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확인할 기회다 싶어 파견대열에 동참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날 오전 대구시청 충무상황실에서 전국 각지의 공보의 90여명과 함께 현장 파견에 앞서 간단한 교육을 받고 현장으로 투입됐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김씨에 따르면 함께 파견된 동료 가운데는 임신한 아내를 둔 새신랑도, 극구 만류하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온 20대 청년도 있다. 김씨는 본보 통화에서 “서로 오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순서가 밀렸다면서 ‘이제야 대구에 도착했다’고 너스레를 떠는 동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일부 시군 지역에서는 파견 지원자가 많아 순서가 뒤로 밀리고 있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대구로 파견된 공보의는 모두 210여명. 보건당국이 21일부터 순차적으로 파견 공보의를 모집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4차 파견단 규모가 90여명으로 가장 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진 부족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대구지역 입장에서는 천군만마 같은 지원군이다.

파견 공보의들은 감기 증상으로 선별진료소를 찾은 유증상자에 대한 검체 채취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는 역학조사와 이동체취 또한 이들의 몫이다. 이들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휴일 없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채취반의 경우 하루에만 30명이 넘는 의심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선을 숨기는 확진자 때문에 역학조사 업무도 새벽 2~3시를 넘기는 일이 부지기수다.

26일 대구시청 충무상황실에서 파견 온 공보의 90여명이 현장 투입 전 교육을 받고 있다. 김형갑씨 제공
26일 대구시청 충무상황실에서 파견 온 공보의 90여명이 현장 투입 전 교육을 받고 있다. 김형갑씨 제공

특히 하루 종일 보호장구를 착용하느라 의료진의 피로감은 상당하다. 조사 대상자에 비해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대구 남구에서는 의료진 모두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보의들 또한 대부분 초과근무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교대근무라 하더라도 24시간 2교대 체제인 것으로 전해졌다.

쉴새 없는 의료봉사에도 지원은 열악한 수준이다. 하루 파견 수당은 14만5,000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라지만, 숙박비와 식비를 해결하고 나면 교통비 등을 자비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의료진의 하소연이다. 외부에서 각자 식사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방호복 갈아입을 시간조차 아깝다며 식사를 거르는 인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신을 가리는 방호복(레벨D 방호복) 부족 또한 의료진이 호소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목포교도소에서 파견돼 22일부터 대구시청에서 역학조사를 수행 중인 공보의 김명재(28)씨는 “방호복을 각자 사이즈별로 구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크기가 작으면 찢어질 위험성이 있고, 헐렁하면 주변과 접촉이 많아져 오염 위험성이 높다”고 전했다. 다음달 7일 파견을 앞둔 최세진(31) 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는 결국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의료진이 1차적으로 감염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공보의들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26일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 검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26일 대구 북구 칠곡경북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 의심 환자 검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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